"러, 시리아·베네수 이어 이란 위기에도 뒷짐…'푸틴 우정' 한계 드러나"
푸틴, 하메네이 사망에 美 공격 규탄하면서도 군사 지원엔 거리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등 수뇌부가 대거 사망한 가운데 최대 동맹국인 러시아가 이번에도 사실상 관망 기조를 보이며 동맹 관계의 실질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이 시작되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미국의 무력 공격을 비판하면서 이란에 위로의 뜻을 전하고 구두로나마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군사적 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이로써 이란은 시리아와 베네수엘라에 이어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의미하지 않는지를 직접 경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극 질서'의 기치를 내걸며 미국 패권에 맞서는 세력의 구심점을 자처해 왔지만 정작 동맹국이 결정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실질적 군사 지원은 제공하지 않았다.
2024년 말 시리아의 반군이 다마스쿠스로 진격했을 당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폭적 지원을 받지 못했고, 올해 초 미국에 의해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태에서도 러시아의 대응은 상징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크렘린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위험한 모험'이자 지역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고 규탄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러시아는 또 프랑스, 중국, 콜롬비아 등 5개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요청하고 회의에서 이란을 두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자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깊은 애도를 표했다.
그는 하메네이 제거 작전이 "인간의 도덕률과 국제법의 모든 규범을 냉소적으로 위반한 행위"라고도 비난했다. 하지만 이란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양국은 지난해 1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지만 상호 방위 조항은 포함되지 않아 러시아에 그럴 의무가 없기는 하다.
폴리티코는 러시아가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않은 것이 국제 무대에서 러시아의 평판에 큰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러시아에 이득을 줄 수도 있다고 봤다.
미국이 국제 규범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서방의 침략에 대한 방어적 조치로 규정해 온 자신들의 입장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전날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평화유지자'가 또 일을 저질렀군"이라며 "이란과의 회담은 그저 위장술에 불과했다. 모두가 그걸 알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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