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손잡았지만 외로운 이란…"합동훈련 정도가 이들의 최선"

"중·러, 美와 맞설 위험 감수할 만큼의 가치를 이란에 두진 않아"
러는 우크라-美 밀착도 우려…하메네이 '동쪽을 보라' 전략 10년 무색

12일 (현지시간) 중국·러시아·이란 해군이 오만 만 인근에서 진행된 '해상 안보 벨트-2024' 합동훈련에 참가를 하고 있다. 2024. 3. 1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란이 수년간 중국과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했음에도, 지난해 6월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군사행동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란을 도울 가능성은 적다는 전문가들이 지적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복수의 분석가들은 이란이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12일간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미사일 전력과 방공망을 재건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을 기대했으나, 두 나라가 직접적 군사 지원을 제공할 의향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텔아비브 소재 국가안보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전 이스라엘 군사정보국 관계자인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그들은 이란 정권을 위해 자국의 이익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정권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미국에 군사적으로 맞설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데, 두 나라의 관계를 손상하길 원하지 않는다. 미국의 영향력에 맞서 싸우려고 하는 건 맞지만 엉뚱하게 중동에서의 일로 관계가 나빠져선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훨씬 더 절박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나빠져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더 밀착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적 밀착은 약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중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에서 탈퇴했을 때,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하메네이는 2018년 한 학자 모임에서 "서쪽이 아니라 동쪽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지도부 내에서 점점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러시아를 첨단 무기 공급처로, 중국을 기술 공급원으로 여겼다. 미국 관리들과 분석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란에 탄도미사일 부품과 미사일 연료용 화학 물질을 판매해 왔다. 러시아는 이란에 통신, GPS 위성, 라디오 신호 교란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란은 2016년 러시아제 S-300 방공 시스템을 구매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2024년 이후 이란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상당 부분 무력화시켰다. 두 나라로부터 받은 지원은 이란이 기대했던 만큼의 안보적 이점을 가져다주지 못한 셈이다.

최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IRGC 해군을 배치하며 원유 수송 차질과 중동 내 미군 기지 공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지난주 러시아와 이란은 오만만에서 소규모 합동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러시아 해군은 훈련 종료 직후 철수했다.

이란 국영 언론에 따르면, 중국, 러시아, 이란 함정이 참여하는 훈련이 곧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시될 예정이지만 이 역시 중국과 러시아 함정이 지속해서 힘을 보태거나 최소한 잠시라도 정박해 있어 주거나 할 것 같지 않다.

반면 미국이 중동에 배치한 화력은 지난해 6월 같은 일회성 공격이 아닌 수주간 지속되는 공습을 감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알렉산더 팔머 연구원은 이란과 러시아의 안보 관계에 대해 "이러한 관계는 매우 실용적이고 거래적인 성격을 띤다"며 "이란을 두고 미국과 전쟁을 벌일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에 제공한 무기가 "이란에 유리하게 군사 균형을 의미 있게 바꿀 정도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일단 분쟁이 시작되면 그들은 그저 위로와 기도를 보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