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성탄절 기념하는 베들레헴…팔 서안 주민들의 평화 염원

가자 휴전에 성탄절 공식행사 재개…불안정 휴전·불법 정착촌 확대로 긴장

지난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 탄생 교회 앞 마구간 광장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을 밝히고 있다. 2025.12.06.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 가자지구 휴전으로 3년 만에 크리스마스 공식 기념행사가 재개됐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불안정한 서안지구 정세에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를 맞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도시 베들레헴 거리에서는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도다"라는 이사야서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베들레헴의 구유 광장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섰고, 행진 악단의 캐럴이 울려퍼졌다. 광장에는 20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다.

마헤르 카나와티 베들레헴 시장은 이번 성탄 행사가 축제인 동시에 희망의 선언이라고 소개했다. 카나와티 시장은 "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삶을 원한다"며 "우리 도시와 팔레스타인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평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른 서안지구의 기독교인 공동체도 불안정한 휴전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되살리려고 차분하게 노력하고 있다. 서안지구의 마지막 기독교 마을 타이베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도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과 와플, 샤와르마, 초콜릿을 파는 상인들로 활기가 넘쳤다.

팔레스타인 행정수도 라말라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도넛을 만들던 유세프 오와이스(23)는 "거리에서 미소, 장식, 불빛을 볼 수 있어 기쁘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우리가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람이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2025.12.14.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베들레헴을 비롯한 서안지구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NYT는 전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확장이 유엔이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은 지난 21일 19개의 정착촌을 추가로 승인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유엔과 국제사법재판소는 서안지구 내 건설된 모든 이스라엘 정착촌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향한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도 문제다. 유엔에 따르면 베들레헴 인근에서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팔레스타인인 최소 59명이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으로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전체 수치를 이미 넘어섰다.

베들레헴 구유 광장 근처 카페의 바리스타 유세프 한달(47)은 크리스마스 축제는 "베들레헴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라면서도 "지금 크리스마스 정신의 기쁨이 온전히 느껴진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라미라의 학교 상담사 르네 타예는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정치적 상황에 억눌린 명절만을 보냈던 지역 아이들이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쁨의 시간이자 지속성을 향한 부름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됐다며 축제가 아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기원했다.

타이베 구세주교회의 본당 신부 바샤르 파와들레는 설교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예수가 머물렀던" 이 마을을 방문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의 땅과 삶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벌어진 예수 탄생 교회 근처 마구간 광장의 크리스마스 시장 2025.12.14.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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