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그은 임시철수선…새 가자 국경 고착화 우려
일부 물러나며 '옐로라인' 설정…접근 시 무차별 발포
주민들 귀향길 막히고 총격에 사망…휴전 의미 퇴색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설치한 임시 휴전선인 이른바 '옐로라인'이 영구적인 국경선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통제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200m 간격으로 노란색 콘크리트 표지를 설치하기 시작하면서 임시 경계선이 점차 물리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 노란 선은 가자지구를 사실상 절반으로 나눈다.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서부 지역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제권을 재장악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동부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수십 개의 군 초소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은 옐로라인에 접근하는 사람들에게는 경고 없이 발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인 무함마드 칼레드 아부 알후세인(31)은 가디언에 "집에 가까이 다가가자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왔다"며 "집에 돌아갈 수도 없는데 휴전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휴전이 발효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옐로라인 인근에서 하루 평균 20여명의 주민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대한 안보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우리의 안보를 통제한다"며 독자적인 군사 행동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앞서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라파에서 이스라엘 군인 2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옐로라인을 넘는 모든 대상에 자유 발포를 명령한 바 있다.
이런 교착 상태 속에서 옐로라인은 점차 고착화되는 실정이다.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이를 '새로운 국경'으로 부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군사 전문가 요아브 지툰은 현지 매체 예디오스 아로노스 기고문에서 "옐로라인이 가자지구를 축소하는 정교한 장벽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국제 난민기구 리퓨지스의 제러미 코닌딕 회장도 "사실상 점진적인 영토 병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합의된 선보다 더 깊숙이 통제선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BBC 방송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설치한 노란색 표식은 당초 합의된 선보다 수백 미터 더 안쪽에 위치해 있다.
팔레스타인 의료 지원단체의 로한 탤벗 국장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임시적인 조치는 매우 빠르게 영구화된다는 게 수십년간의 암울한 경험이 주는 교훈"이라며 현 상황을 깊이 우려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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