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반바지 수영복도 '음란' 금지하는 나라…"관광객 떠난다"
알제리 유명 휴양지 셰타이비 시장 "사회 도덕과 단정함 해쳐"
알제리 저변의 보수적 이슬람주의 작용…주변 도시서 '철회' 요구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인기 휴양지 셰타이비가 이번 달부터 부적절한 수영복을 둘러싸고 이례적인 단속에 나서며 논란을 빚고 있다. 관할 시장은 외국인 남성 관광객들이 즐겨 입는 수영복이 현지 주민들의 도덕성과 가치관을 해친다며 착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셰타이비가 문제 삼은 수영복은 노출이 심한 여성용 비키니가 아니라 무릎 정도까지 오는 반바지인 버뮤다팬츠 스타일의 남성 수영복이다. 포스트는 "남자들이 과도하게 수영복을 노출해서 보수적인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 죄로 지목됐다. 이유는 다름 아닌 그들이 버뮤다팬츠를 즐겨 입었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셰타이비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바위 해안, 숲 언덕으로 유명한 알제리 동북부 휴양지로, 매년 여름마다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셰타이비 시장은 올해 7월 초 남성 해수욕객들의 '유혹적인' 트렁크 수영복 착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 지역의 보수적인 해수욕객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길고 헐렁한 스타일로의 복귀를 의무화하는 조치다.
시장은 "이 여름철 복장이 우리 사회의 도덕과 단정함을 해친다"며 "더 이상 외국인들이 부적절한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걸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즉각 반발이 불거졌다. 인근 주요 도시 아나바에서는 의원들이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알제리는 전체가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도시마다 종교적 보수성의 강도가 다르다. 아나바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유럽 문화와 접촉이 많아 상대적으로 더 개방적이다. 게다가 아바나는 여름철 관광객 유입이 지역 경제의 가장 큰 돈줄이다.
시장은 이틀 만에 페이스북에 입장을 올려 해당 명령이 보수적 압박이 아닌 "평화와 안정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지령을 철회한다는 발표는 없었다.
알제리는 수십 년간 알제리 정부와 이슬람주의 정치·무장 세력이 갈등을 겪어왔다. 1990년대 내전 당시 약 20만 명이 사망했으며, 1991년에는 이슬람 정당의 승리가 확실시된 총선을 군이 무력 취소한 바 있다.
사회학자 레두안 부즈제마는 "1990년대 이슬람주의자들이 무력 충돌에선 패배했지만,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프로젝트는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사회 안에 뿌리내려왔다"고 분석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번 남성 수영복 규제가 과거 이슬람주의자들이 지방자치단체를 장악해 공공 생활을 통제하려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슬람 정당은 선거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지만, 알제리 사회의 일상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런 규제를 외국인들에게도 적용하면 당장 관광이 문제다. 사이드 부클리파 전 관광부 고위 관료는 "보수적 규제가 확산하면 관광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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