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무력화 법안' 통과로 이스라엘서 정부 견제 장치 없어져…여파는?
이스라엘 의회, 야권 반발 속 사법개혁 강행…사법부 권한 약화 현실화
정부 "사법부 권한 비대"…반대파 "잠재적 안보 문제"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이스라엘에서 정부를 견제할 유일한 수단으로 여겨진 사법부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법안이 가결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사법부는 이스라엘의 취약한 정치 체계 속 정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꼽혔다면서 이번 개편에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의 크네세트(의회)는 야권 반발 속 이른바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사법부는 정부의 장관 임명을 막고 다른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 사용했던 개념인 '합리성'이라는 법적 기준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사법개혁 논란은 법안을 설계한 야리브 레빈 이스라엘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합리적인 표준 법안'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사법부의 권한 약화'로 요약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대법원이 내린 결정을 크네세트가 단순 과반의 표(120석 중 61표)만 확보할 경우 번복할 수 있으며, 사법부가 심사해 온 입법 적법성의 경우 대법원의 권한이 제한된다.
이로써 대법원은 총리나 내각 전체의 결정은 물론 각료의 권한에 속하는 결정에 대해서 '불합리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저지할 수 없게됐다.
사법부를 지지하는 대다수는 이스라엘에서 야당이 입법을 사실상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대법원이 입법부(정부)의 권력을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반대해왔다.
반면 정부 측은 사법부의 권한이 너무 비대해져 있고 법관 선출 방식에 있어 국민 대표성이 부족하다며 맞서고 있다. 유권자들이 아닌 사법부가 선출한 좌파 인사들이 과도하게 사법부에 포진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사법부의 권한이 제한되면 그 영향은 즉각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예컨대 법안 통과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재집권에 크게 기여한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샤스의 아리예 데리 대표를 정부 주요 부처의 수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리는 지난 1월 대법원의 '불합리적' 판단에 따라 장관직에 오르지 못한 전력이 있다.
견제받지 않는 극우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극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은 때때로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지지왔는데, 정부의 폭주를 막아줄 유일한 장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네타냐후 연정 내 일부 강경론자들은 서안지구의 (강제) 합병을 요구하기까지 이르렀다.
WP는 "이 개편안은 이스라엘의 중요한 기관인 대법원을 겨냥하고 있지만, 정부 지지자들조차 개편안이 통과되면 잠재적인 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네타냐후는 바이든 행정부가 사법 개혁에 반대하고 압박을 가하면서 더욱 국제적인 고립에 직면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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