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조사관 "1988년 이란 학살…라이시 당선인 역할 조사해야"

8월 취임 앞둔 라이시 당선인, 1988년 정치범 학살 관여한 의혹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1988년 이란 정부가 반체제 정치범 수천명을 집단 학살한 사건과 관련해 유엔 조사관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의 당시 역할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0일(현지시간) 자바이드 레흐만 유엔 이란 인권특별보고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988년 이란 대학살 사건에 대해 유엔 인권이사회(UNHRC)나 다른 유엔 기구가 독립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한다면 수년간 모아온 증거와 진술을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1988년 이란 학살은 감옥에 수용된 반체제 인사 수천명을 이란 정부가 비밀리에 처형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이를 주도한 이른바 '사망위원회'에 사법부 수장이자 대통령 당선인인 라이시가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앰네스티는 2018년 보고서에서 당시 사망한 반체제 정치범이 약 5000명 정도라고 밝혔다.

런던에 거주중인 레흐만 보고관은 인터뷰에서 "라이시가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1988년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개개인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 시기적절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지 않으면 우린 (1988년) 처형 당시 라이시 당선인의 역할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최근 희생자들이 유기된 묘역을 훼손하고 없애려는 정황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강경 보수 성향의 성직자 출신인 라이시는 1988년 사건에 관련된 혐의로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라이시 당선인은 당시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나는 지금까지 맡아온 모든 자리에서 인권을 옹호해 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레흐만 보고관은 라이시가 승리한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도 "온건 후보들을 없애고 특정 후보의 성공을 보장하려고 계회적이고도 교활한 전략이 이용됐다"며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2019년 11월 이란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에 대한 이란 정부의 유혈 진압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레흐만은 "보수적으로 세어봤을 때도 300명 이상이 임의로, 불법적으로 살해당했는데 누구도 책임을 지거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9년 11월15일부터 약 2주간 이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1500명 정도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흐만 보고관은 인터뷰에서 "이란에선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끔찍한 인권 침해에 대한 체계적인 면책 특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비판했다.

l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