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파분쟁 개입 갈등만 증폭…우(愚) 범하지 말아야
엘리자베스 콥스 호프만..'심판자 미국'의 저자, 샌디에이고 주립대 국제관계 교수
- 김정한 기자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중동에선 종교전쟁이 한창이다. 20세기 후반 북아일랜드를 괴롭힌 기독교의 신교도와 구교도 간의 대학살극 때처럼 이슬람교도들이 원하는 형태의 평화를 얻기 전까지는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외부의 간섭은 단지 종파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따름이라는 점이다. 내전 종식은 당사자들 내부에서 시작돼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부에서만 치유될 수 있는 종기에 메스를 들이댐으로써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라크를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고 중동에서 친미 세력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은 보다 큰 목표인 '중동 출구 전략'에도 위배된다.
중동 전체를 휩쓴 마지막 종교전쟁은 약 400여년 전 종교개혁 당시다. 당시 기독교도들은 구교도와 신교도 간에 서로 큰 증오심을 드러냈다. 마치 오늘날 중동의 이슬람교도들이 서로 다른 종파 간에 증오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거의 흡사한 수준이다.
급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혹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하는 표현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는 칼리프 통치 국가의 복원을 위해 싸우고 있다. 칼리프는 이슬람교도의 지도자를 말한다.
구교도와 신교도들도 같은 문제를 두고 수십년 간 전쟁을 벌였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같은 종교적 교리를 받아들어야 하는가? 모든 국가들이 교황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가?
이슬람교도들 사이의 최초의 내전은 656~661년에 일어났다. 급진 수니파와 온건 시아파 사이에서 이슬람을 창시한 모하메드의 사후 권력 계승권을 놓고 발생한 갈등이다. 양측은 서로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니파는 국적을 초월한 모든 이슬람교도들을 통치하는 칼리프에게 복종했다. 마지막 칼리프는 오스만제국의 황제인 술탄 압둘메시드 2세다.
터키 건국의 아버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케말 파샤)가 1924년 압둘메시드 2세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터키에서 약 400여년 간 존속해온 칼리프 통치 국가가 이렇게 사라졌다.
술탄제국 해체를 모두가 반긴 것은 아니다. 1928년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에서 결성됐다. 이 단체와 이에 동조하는 종파주의 단체는 점차로 새로운 세속국가인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이란 등으로 침투해 들어가며 세력을 넓혔다.
오늘날 수니파와 시아파 내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각 종파들은 모두 자신들이 권력을 잡고 세속국가를 종교국가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들은 구교도와 신교도가 1648년 웨스트팔리아(베스트팔렌) 조약 체결 협상에서 다룬 것과 유사한 문제들을 놓고 씨름을 벌이고 있다.
근대 외교조약의 효시인 이 조약은 종교적으론 구교도, 루터파, 칼뱅파에게 모두 신앙의 자유가 허용한 계기가 된다. 당시 주요 쟁점은 배교자들에 대한 화형, 참형, 총살형, 수장형 등에 대한 실행 여부와 단일한 종교당국에 대한 인정 여부였다.
웨스트팔리아 조약은 130여년 간의 갈등 끝에 이루어졌다. 여기엔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의 패배도 포함된다. 신교도인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이단'을 탄압하며 유럽을 주무르던 구교도인 스페인 왕 필립페 2세를 격퇴한 일대 사건이다.
군중들을 폭력으로 제압한 지배자들도 있었다. 1572년 8월28일 프랑스에서 일어난 '성 바르톨로메오 학살'도 있다. 가톨릭신자들은 신교도(위그노)의 영수 나바르의 앙리와 구교도인 프랑스 국왕의 딸 마르그리트 공주의 결혼식이 거행된 이날 약 5000여명의 위그노들을 죽였다.
독일을 무대로 한 구교도와 신교도 사이의 종교전쟁인 '30년 전쟁(1618-48)'에선 당시 유럽 인구의 약 25%가 죽었다. 양측은 배교자들을 산채로 불에 태우거나 배설물이나 끓는 물을 목구멍으로 들이붓는 일명 '스웨덴 음료'(Swedish drink)라는 야만적인 형벌도 주저하지 않았다.
전쟁으로 인해 기근이 번지고 선(腺) 페스트가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 군대가 토지와 황금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등 탐욕까지 뒤엉켜 종교적 갈등은 더욱 복잡해졌다.
지쳐버린 구교도와 신교도 양측은 마침내 협상에 합의했다. 그들은 서로 만나지도 않은 채 전령사들을 통해 협상을 진행했다. 5년간의 공방 끝에 웨스트팔리아 평화조약이 탄생했다. 이때부터 정교분리 주장이 대두됐다. 종교국가를 종결짓는 정치적 근대국가 체제의 시작이다.
종교나 이데올로기 투쟁은 일반적으로 국경 변경과 정부 전복 등을 목표로 한다. 제3자는 이 같은 갈등을 끝낼 수 없다. 이 점을 미국인들은 알아야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도 7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의 남북전쟁을 막지 못했다.
중동의 많은 종파들은 여전히 자신의 적들(배교자)을 대대적으로 죽이기 전까진 폭력을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 다음엔 미국에 대해 자신들의 치부를 고쳐달라고 탄원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북부에 대한 수차례의 제한적 공습을 실시한 이후 현재 '2주' 내로 '동맹국들과 미국 의회'에 자문을 구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첫째, 미국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 다른 국가들도 자국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필요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부 문제에 관해선 말이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수차례 지적해왔듯이 이라크와 시리아 같은 국가들은 종파적 투쟁 그 자체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집중하기 전엔 결코 IS 반군 세력을 막을 가능성이 없다.
미국이 이라크나 시리아를 돕더라도 이는 불가능하다. 미국정부가 지난 11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도운 일이나 8년간 이라크에서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를 지원한 일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점이 이를 충분하게 입증한다. 둘 다 종교와 인종적 반대파들을 희생시키고 권력을 잡은 인물들이다.
오늘날 중동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의 평화가 타협을 마다하면서까지 반드시 이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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