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이라크 쿠르드 독립은 '재앙'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로이터=뉴스1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로이터=뉴스1

(카이로 로이터=뉴스1) 정은지 기자 =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는 '재앙'이라고 규정하며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집트 관영 MENA통신에 따르면 엘시시대통령은 6일 현지 언론인 모임에 참석해 "쿠르드족이 지금 요구하는 주민투표는 현실적으로 이라크 분열로 가는 재앙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대통령은 의회에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 투표를 위한 준비에 착수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를 통해 우리는 입지를 강화하고 우리 손 안에 강력한 무기를 쥐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는 북부지역을 벗어나 서쪽 접경지역인 라비아와 동남쪽 잘룰라를 장악하는 등 기존 관할지역보다 통제 범위를 40% 이상 늘린 상태다.

이와 함께 엘시시 대통령은 급진수니파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 이라크 동부 디얄라에 걸쳐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 국가(IS)를 선포한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ISIL은 이집트를 장악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그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제공하는 미국과 서방에 경고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시리아를 장악한 후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를 각각 겨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구 500만명의 이라크 쿠르드족 대부분은 수니파지만 자체 언어와 문화로 기존 아랍민족과는 구별된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라크 정부군이 반군과 교전하며 힘이 약해지는 틈을 타 유전지대 키르쿠크 지역을 장악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자치지역 내 유전 개발과 판매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속적으로 대립해왔다.

1970년대 들어 터키 쿠르드노동자당(PKK), 이라크 쿠르드애국동맹(PUK) 등이 주도한 분리독립 무장항쟁으로 각국에 내전이 발생해 4만명 이상이 죽고, 25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이란과 터키는 쿠르드족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이라크, 시리아 혼란이 가중되며 쿠르드족의 독립 열망이 결실을 맺을 기회가 왔다는 지적이 늘고 있지만 쿠르드 독립까지는 여전히 장애물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석유 매장량이 풍부한 키르쿠크 지역을 장악한 쿠르드족이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원유 수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쿠르드 자치정부의 독립 추진은 자체 석유 수출을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이라크 사정에 정통한 서방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쿠르드족는 매우 좋은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독립을 추구하는 것이 이득보다 더 많은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