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대통령 "美와 석유협정 혜택 엄청나"…'자원 헌납' 비난 반박

美, '원유 650억 배럴 통제권 확보' 협정 베네수와 체결
매장량 20% 수준…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서도 반발 기류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자료사진> 2026.01.29.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이동건 수습기자 =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 원유 매장량 650억 배럴에 대한 통제권을 미국에 부여하는 석유 협정을 옹호하고 나섰다.

여야 정치권 모두에서 핵심 자원을 미국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자, 개발권은 넘겨도 자원 소유권과 이를 관리할 주권은 여전히 베네수엘라에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간) 국영 방송 V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혜택은 끝이 없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이번 협정으로 베네수엘라가 2090억 달러(약 291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석유 매장량이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제 생산을 늘리려면 투자와 기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드리게스는 그러면서 베네수엘라가 석유에 대한 소유권은 물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결정하는 주권도 계속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이번 협정을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거래'라고 칭하며 미국의 원유 비축량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30일에는 트루스소셜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로 전략비축유를 채우겠다"면서 이를 "베네수엘라가 미국 국민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협정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매장량 중 650억 배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베네수엘라 전체 확인 매장량 3030억 배럴의 20%가 넘는 규모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는 협정을 둘러싼 국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미국 정부·기업 합작사에 100년에 이르는 장기 개발권을 넘기는 구조인 데다, 협상 과정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돼 국민적 동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한 야권 인사는 이번 협정을 미국에 의한 '대규모 강탈'이라고 비판했다. 로드리게스가 속한 차비스모(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사회주의 성향 지지 세력)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영 석유회사 PDVSA 전 대표 라파엘 라미레스 역시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 매장량 650억 배럴을 미국에 넘기고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로드리게스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빼앗으려 한다며 반미 노선을 걸어 왔다. 지난 2024년에는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향해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천연가스, 금을 미국에 넘기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이날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감사를 표했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놀라운 방향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야권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미국과 로드리게스 정부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민주주의 회복과 새 대선 실시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권 지도자 후안 파블로 과니파는 "자유선거와 법치, 투명한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이번 협정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moveg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