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 하면 정적의 파도가…하나된 콜롬비아 강진 구조현장

NYT, 국가 구조대와 시민의 협력 두드러진 지진 현장 전해
시민들 인간띠 만들어 잔해 치워…타지 10대 소년도 구조대 자원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서부를 강타한 규모 7.4 강진으로 붕괴된 건물의 잔해를 주민들이 파헤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최소 11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콜롬비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콜롬비아 서부를 강타한 강진의 여파 속에서 지진 생존자를 구조하려는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했다. 지진 이틀째 구조 현장은 절박한 생존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시민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돌조각을 치웠고 구조대원이나 시민 너나 할 것 없이 실종자의 생환을 기뻐했다.

시민들은 "다이애나! 다이애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구조대가 31세 생명공학 엔지니어 다이애나 마르셀라 트론코소를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서 끌어내는 순간이었다. 그는 30시간 가까이 갇혀 있었고, 축 늘어진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한 손으로 소방대원의 팔을 꼭 붙잡았다. 고통에 울부짖으며 들것에 실렸지만, 살아 있었다.

10일 아침 발생한 규모 7.4의 지진으로 이날 현재 최소 240명이 사망했고, 130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건물 수백채가 붕괴했고, 2700명 이상이 실종됐다. 통신이 끊긴 지역이 많아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피해는 콜롬비아 제3의 도시 칼리에서 발생했다. 문화와 음악, 춤의 중심지로 알려진 이 도시는 원래라면 '페트로니오' 음악 축제를 즐길 한 주였다. 지진으로 최소 45개 건물이 무너졌고, 11일 기준 230명 이상이 잔해 속에 갇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조 현장에는 수도 보고타에서 온 소방대원과 구호단체들이 합류했다. 트론코소를 구한 것도 보고타 소방대였다.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트론코소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들것에 실려 나오는 순간을 지켜봤다. "그는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오늘은 다행히 본인의 생명이 구해졌다"고 사촌 안드레스 트론코소는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구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난 대응팀을 파견하고, 긴급 주거·식량·보호·지진 피해 평가를 위해 155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들도 지원을 약속했다.

칼리의 구조 현장은 불과 몇 주 전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참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연이은 강진으로 최소 6300명이 숨졌지만, 국가의 부재 속에 시민들이 대부분의 구조를 맡아야 했다. 긴급 구조팀은 수년간의 예산 삭감으로 사실상 무력화돼 있었고, 남은 인력조차 전문 장비가 없어 혼란스러운 구조가 이어졌다. 많은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정부에 버려졌다"는 절망을 토로했다.

반면 칼리에서는 국가 긴급 구조 인력이 현장을 지휘했다. 노란색 테이프로 구역을 통제하고, 시민들은 주변에서 잔해 제거를 돕는 방식이었다. 중장비가 투입되고 구급차가 대기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이 이뤄졌다.

두 나라 모두 이번 재난은 새 지도자들에게 큰 시험대가 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1월 미국에 의해 전임자가 체포된 뒤 권력을 잡은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변호사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없던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지진을 맞았다. 그는 "피해자들이 버려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11일 페레이라를 방문해 피해 건물을 직접 살폈다.

콜롬비아 커피 생산지인 페레이라와 마니살레스, 태평양 연안의 초코 지역도 큰 피해를 보았다. 초코주 누비아 카롤리나 코르도바 쿠리 주지사는 "피해 규모가 너무 커 아직 정확한 집계조차 불가능하다"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다.

칼리에서는 11일 밤까지도 구조 작업이 이어졌다. 소방대원들은 재난 발생 후 48시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존자를 찾고 있었다.

테켄다마 지역의 한 붕괴 주택 건물에서는 10일 저녁 소방대원과 구급대원, 구조 인력들이 네 가족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을 찾기 위해 잔해를 파헤쳤다. 시민들은 인간 띠를 만들어 돌조각을 양동이에 담아 옮겼다.

포파얀에서 지진 직후 칼리로 달려온 민간 구조대 소속 16세 구급대원 다니엘 레기사모는 "우리는 그들이 안에 있다고 믿는다. 비명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지 사업가 카테린 카리요(32)는 친구들과 함께 물과 전해질 음료,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구조 현장에 전달했다. "차 안에서 알코올로 손을 닦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저기서 돌을 나르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먹을 것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잔해 속에는 삶의 흔적이 흩어져 있었다. 오래된 사진이 담긴 '나의 15년'이라는 제목의 스크랩북, 신발 한 짝, 얼룩말 무늬 벽지 조각…. 건물에서 수거된 물품들은 상자에 담겨 사람들의 손을 거쳐 다시 주인을 찾고 있었다.

구조대가 조용히 해달라고 하면, 누군가 손을 들어 올렸고 그 신호는 군중 속으로 파도처럼 번져갔다. 긴박한 구조 현장은 그렇게 질서와 절박함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