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랜드 더비' 월드컵 준결승…잉글랜드-아르헨 영토갈등 활활
아르헨 선수들 "말비나스를 위해" 결의 다져…'영유권' 英 자극
1982년 전쟁까지 치렀던 분쟁 재조명…英외무 "축구나 집중해라"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를 둘러싼 양국의 오랜 갈등이 주목받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지난 7일 소셜미디어 엑스(X)의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계정은 아르헨티나가 16강전에서 이집트를 3-2로 꺾은 뒤,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영문 가사와 함께 공유했다.
선수들은 영상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나는 아르헨티나인"이라며 "말비나스를 위해, 디에고를 위해, 리오의 마지막을 위해"라고 외쳤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현 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의 애칭과 함께 포클랜드 제도를 언급한 것이다.
포클랜드 제도는 남대서양에 있는 영국의 해외 영토다. 아르헨티나는 1816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이 섬들을 같이 넘겨받으려 했지만, 먼저 권리를 주장해 오던 영국은 1833년 군함을 보내 아르헨티나 정착민을 내쫓고 섬을 강제 점령했다.
이후 1982년 아르헨티나군의 기습 침공으로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했지만, 74일간의 교전 끝에 아르헨티나가 항복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 전쟁으로 영국군 255명과 아르헨티나군 649명이 전사했다.
이들이 가사에서 언급한 마라도나도 영국과 사연이 있다. 마라도나는 전쟁 4년 뒤인 1986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왼손 주먹으로 공을 쳐 넣는 이른바 '신의 손'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마라도나는 경기 후 자신의 규칙 위반을 두고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은 영국에 "상징적인 복수"를 한 기분이었다고 발언했다.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은 최근 이란 전쟁을 계기로 다시 불거졌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맹국들에게 줄 불이익 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영국의 포클랜드 제도 영유권 지지 입장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4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의 말비나스, 즉 이 섬들과 전체 영토가 아르헨티나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지난 13일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영상을 두고 "축구에 집중해야 한다"며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일들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자"고 일축했다.
쿠퍼 장관은 이어 "영국의 입장은 동일하다. 포클랜드는 영국의 영토이며 주민들은 자결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3년 3월 실시된 포클랜드 제도 주민투표에서는 99.8%가 영국 잔류에 찬성했다.
같은 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실은 포클랜드 주민들이 "인위적으로 이주당했다"고 주장한 파블로 키르노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의 발언에 "포클랜드 주민들은 영국인이며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준결승전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5일 치러질 예정이다. 경기 승자는 오는 19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스페인과 맞붙게 된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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