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경제·외교·인사 틀어쥔 美국무…NYT "루비오, 원격 총독"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의 전폭적 용인 아래 국정운영 전반 통제"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지난 1월 미국이 기습 작전을 벌여 독재 정권을 축출한 베네수엘라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총독'과 다름없는 막강한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 10여 명과 진행한 인터뷰를 토대로 루비오 장관이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재정 관리와 천연자원 배분, 국정 운영 전반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월 3일 베네수엘라 기습 공격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자국으로 압송한 뒤 부통령이던 델시 로드리게스를 임시 대통령으로 용인하며 협력하고 있다.
사상 첫 히스패닉계 미 국무장관인 루비오는 마두로 축출 이후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책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루비오 장관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대금의 사용처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대 베네수엘라 제재 집행을 감독하고 현지 사업 허가를 관장하는 권한까지 통틀어 행사하고 있다.
스페인어가 유창한 그는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긴밀한 연락을 유지하며 국정 운영을 논의하고, 메신저로 생일 축하 인사를 주고받을 만큼 친밀함을 쌓았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루비오 국무에게 고위 공직자 임명 대부분을 맡기고 외교 정책 결정에도 그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때 루비오 장관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라스에 상주시키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굳이 그를 현지로 파견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워싱턴DC에서도 충분히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NYT는 루비오 장관이 사실상 베네수엘라 '총독'(viceroy) 노릇을 하고 있다며, 미국 관료가 이처럼 주권국 하나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2003년 미국이 사담 후세인 축출 후 이라크 최고 행정관을 파견한 이래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새로운 협력과 건전한 경제 운영은 베네수엘라가 풍부한 천연자원과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자국민이 혜택을 누리는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들을 그대로 기용해 권위주의 정권을 지원하면서 베네수엘라의 국가 자원을 유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미국의 개입이 베네수엘라 국정에 대한 외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현 정권의 민주주의 이행을 지연시킨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베네수엘라 북부에서 발생한 연쇄 강진(이달 12일 기준 4490명 사망)은 대규모 인명 피해와 공공 기반시설 붕괴를 야기해 베네수엘라 재건 노력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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