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낼 방법이 없다"…장비 부족 베네수엘라, 맨손 구조 사투

도움 청하던 매몰자들 숨져…의료진 물자 부족 속 사투
식량·식수 부족에 상점 약탈하기도…세계 각국 구호 손길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매몰자를 수색하고 있다. 2026.06.25.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김경민 기자 = 베네수엘라 강진 사망자가 25일(현지시간) 최소 188명으로 늘었다. 구조대원과 주민들은 붕괴된 건물 아래 매몰된 사상자들을 필사적으로 수색하고 있다.

로이터·AFP·알자지라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88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1520명이며, 매몰자는 약 2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지형 특성으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강한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조 작업은 장비 등의 미비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모론에서 두 차례 강진이 발생한 뒤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2026.06.25. ⓒ 로이터=뉴스1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과이라주의 주도 라과이라에서는 주민들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구조 작업 중이다.

베네수엘라 정부에 따르면 건물 250채가 피해를 입거나 붕괴했는데, 피해가 대부분 라과이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라과이라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구조대원 카를로스 보르헤스는 "최선을 다해 돕고 있지만 장비가 부족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잔해 속에서 친척을 찾고 있던 로스 코랄레스 주민 아르헤니스 마르티네스는 "군대를 부르는 것은 불가능한가?"라고 반문하며 "모두 와서 힘을 보태 달라. 장갑차에 타고 와서 사람들을 도와 달라. 어디서든 트랙터를 구해 오라"고 말했다.

한 도시에서는 어린 소녀가 몇 시간이나 도움을 요청하다가 결국 숨을 거두었다. 다른 도시에서도 3명의 생존자가 구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이들을 잔해에서 꺼낼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도밍고 루치아니 병원의 한 이사는 잔해에서 구조된 어린이들이 혼자 구급차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앙지 인근 도시 모론의 작은 병원에서 24시간 응급 근무 중인 의사 아우구스토 라미레스는 혈압계, 거즈, 체온계, 장갑, 석고붕대, 진통제 등 기본적인 의료용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와 동료 의사 두 명을 포함한 병원들은 112명을 치료했는데, 어린이 3명을 비롯해 두개골 골절 등 부상으로 9명이 숨졌다.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구조대원들이 두 차례 강진 이후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사상자를 수색하고 있다. 2026.06.25. ⓒ 로이터=뉴스1

절망적인 상황에서 친(親)정부 무장 민병대 조직 '콜렉티보' 단원들까지 구조 작업에 뛰어든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정부 당국은 피해 지역의 가스 공급을 차단했고 카라카스와 라과이라를 비롯한 북부 지역의 여러 도시에서 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식수와 식량을 구하려는 주민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1억 5000만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의 지원에 나섰고 레오 14세 교황은 초기 지원금 10만 유로(약 1억 7500만 원)를 보냈다.

스위스·스페인·프랑스·포르투갈·멕시코 등은 전문가와 구조팀을 보냈다. 중국·인도·브라질 등에 더해 칠레·아르헨티나·콜롬비아·파나마·엘살바도르 등 많은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지원을 약속했다.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도 지원을 제안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차원에서 베네수엘라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다만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이 지진 피해로 인해 폐쇄됐고, 지하철과 철도도 끊김에 따라 구호 활동도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전날(24일) 오후 6시 4분쯤 베네수엘라 북부 해안 도시 모론 인근에서 규모 7.2와 7.5의 강력한 연쇄 지진이 발생했다.

베네수엘라 북부는 카리브판과 남아메리카판이 맞물리는 경계부에 위치해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나, 1997년 베네수엘라 북동부 카리아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73명이 숨진 뒤로는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규모 7.5의 지진은 1900년 10월 29일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구조대원들이 두 차례 강진 이후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사상자를 수색하고 있다. 2026.06.25.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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