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배대상' 쿠바 실세 라울 카스트로, 95세 생일…행방 묘연

5월 1일 이후 공개석상에서 자취 감춰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이 2025년 5월 하바나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를 지켜보고 있다. 2025.5.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정부가 살인 혐의로 기소한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공산당 총서기(국가평의회 의장)가 95번째 생일을 맞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카스트로에 대해 "한쪽 발은 말 안장에 걸친 채 조국과 지역 및 세계 평화, 그리고 수백만 명의 사회 정의라는 꿈을 위해 끝없는 헌신을 이어오며 95세까지 살아온 것은 그의 행운이 아니라 우리의 행운"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카스트로 본인은 아무런 메시지도 내지 않았으며 그의 행방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거주하는 아바나 서부 교외 지역의 자택도 이날 평온했다. 로이터는 자택이 위치한 '라 린코나다' 주거 단지 입구에는 사복 경비원이 서 있고 근처를 순찰하는 경찰 순찰차 한 대가 있을 뿐, 경비가 비교적 소홀해 보였다고 전했다.

카스트로는 지난달 1일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노동절 행사에 참석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시 그는 눈에 띄게 수척해 보이고 군복을 입은 채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대통령직에서 지난 2019년 퇴임하고, 2021년에는 총서기 자리에서도 물러난 카스트로는 지금도 쿠바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기 중 그는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쿠바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압박 위주의 정책으로 회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쿠바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했고, 쿠바 침공 가능성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이 가운데 카스트로는 양국 간 긴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장관 대행은 지난달 20일 카스트로를 1996년 쿠바 망명자 단체 소속 민간 경비행기 2대 격추를 지시해 4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 공모)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블랜치 대행은 카스트로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미국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마약 혐의로 기소한 뒤 지난 1월 그를 무력으로 축출한 것처럼 카스트로에 대해서도 비슷한 작전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