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루비오 피해…쿠바, 트럼프에 비밀서한 직접 전달 시도"
WSJ 보도…카스트로 손자, 사업가 통해 전하려다 불발
공항서 세관에 서한 압수…경제·투자 협정 및 제재 완화 담겨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쿠바 정부가 공식 외교 라인을 거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협상 서한을 전달하려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전·현직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손자이자 수석 보좌관인 라울 로드리게스 카스트로는 쿠바의 차량 렌트 및 관광 사업에 종사하는 사업가 로베르토 카를로스 차미소 곤살레스를 통해 백악관에 서한을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차미소는 마이애미 공항에서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제지당해 서한을 압수당한 뒤 쿠바로 돌려보내졌다. 공항에서 제지당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현직 관계자는 서한은 외교 문서와 유사한 형식을 갖추고 있었고, 쿠바의 공식 인장이 찍혀 있었다며 경제 및 투자 협정과 제재 완화 제안과 함께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WSJ은 서한에 대해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쿠바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의를 재개하려는 이례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쿠바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전달하려 한 것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우회하려던 것으로 풀이된다.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 장관은 그동안 쿠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정권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책 '쿠바 백 채널'의 공동 저자인 피터 콘블루는 "쿠바가 루비오를 우회해 트럼프에게 직접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그들이 더 이상 루비오를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대화 상대로 신뢰하지 않으며 고조되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와의 경제적 협력에 더 호의적일 수는 있으나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쿠바계 미국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바계 이민자 출신이자 공화당 하원의원인 마리오 디아스 발라르트는 "쿠바 정권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쿠바스터디그룹의 리카르도 에레로는 "루비오가 국무장관으로 있는 상황에서 그를 우회하려는 시도는 분명 어리석고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도 없는 인물을 선택한 것은 더 어리석어 보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미국의 제재를 받아 온 쿠바는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쿠바에 대한 원유 봉쇄 조치를 단행한 후에는 극심한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쿠바는 여전히 미국에 대해 고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 9일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정치 체제나 헌법 질서 등의 문제들은 미국과의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쿠바를 침공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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