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중국인 정착 기념비' 철거…中 "매우 악랄" 반발

시당국 '구조적 결함' 이유 들어…파나마 대통령 "정부 차원서 복원"

28일(현지시간) 파나마 아라이한에서 중국인 정착 기념 조형물이 철거된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2025.12.28.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파나마 운하 인근에서 중국인 정착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철거되자 중국이 "심각한 불만"을 표하며 파나마에 사건 조사를 촉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파나마의 지방당국이 실시한 강제 철거에 대해 심각한 불만을 표했다"며 "파나마 측에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린 대변인은 강제 철거를 두고 "매우 악랄한 행위"라며 "파나마 내 많은 화교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중국-파나마 우호 관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지방당국의 잘못된 행위를 조속히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7일 파나마 아라이한시 당국은 파나마 운하 인근 아메리카스 다리 구역에 설치된 '중국-파나마 우호공원'과 '중국인 파나마 정착 150주년 기념비'를 철거했다. 공원은 1854년 파나마 운하 건설 시기 최초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도착한 것을 기념하고자 중국계 이주공동체 단체들과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2004년 조성됐다.

당시 아라이한 시장은 "전망대에 위치한 구조물에 구조적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결함 있는 구조물이 가족, 방문객, 관광객에게 위험 요소가 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철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쉬쉐위안 주파나마 중국 대사는 파나마 중국인협회가 보수비용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에서 기념물 철거를 "야만적인 행위"라고 규탄하며 정부 차원에서 기념비를 복원하겠다고 확언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철거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여러 세대에 걸쳐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린 공동체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나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 휘말린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파나마 운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운하 항구 시설 일부를 운영하는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을 압박했다. CK허치슨은 파나마 항구 운영권 등을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중국 정부의 반발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