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미군기지 부활 국민투표 부결…친미 대통령 치명타
반대 여론 60% 넘어…'마약과의 전쟁' 노보아 명분 안 통했다
개헌 등 4개 안건 모두 부결…인기 많던 노보아 민심 이반 조짐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남미 에콰도르 국민들이 자국 내 미군기지 부활에 반대표를 던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치러진 에콰도르 국민투표에서 외국 군대 주둔 허용에 대한 안건이 60.29%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는 마약 범죄 소탕을 위해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주장하던 친미 우파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번 투표 결과로 미국은 과거 대규모 마약 단속 작전의 거점이었던 태평양 연안 만타 공군기지로 복귀할 길이 사실상 막혔다.
에콰도르는 2008년 개정된 헌법 제5조에 따라 외국 군대의 상주를 명백히 금지한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약 10년간 만타 기지에 미군이 주둔하며 마약 밀매 단속을 위한 전방 작전기지(FOL)를 운영했으나 주권 침해와 인권 유린 논란 속에 철수했었다.
당시 미군은 어선 침몰과 어민 실종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면책 특권으로 에콰도르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지 않았다.
이번 국민투표는 노보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있었다. 외국군 주둔 문제 외에도 △제헌의회 소집을 통한 헌법 개정(61.44% 반대) △국회의원 수 감축(52.77% 반대)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57.37% 반대) 등 노보아 대통령이 추진한 4개 안건이 모두 큰 표차로 부결됐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는 모든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노보아 대통령은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에콰도르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는 노보아 대통령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음을 시사한다. 취임 이후 그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모방한 강력한 범죄 소탕 정책을 펼쳐 왔으나 올해 상반기 살인 사건이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번 투표는 미국이 '남부의 창'(Southern Spear) 작전을 통해 중남미 지역의 군사적 영향력을 다시 확대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실시됐다.
지난 5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만타 기지를 직접 방문해 노보아 대통령과 함께 엘로이 알파로 공군기지를 시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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