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대통령 "美 카리브해 '마약선' 공격에 국민 희생"

"마약 아닌 석유 둘러싼 전쟁…라틴아메리카 겨냥"
"희생자 명단 공개" 요구…백악관 "근거 없는 발언"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이바게에서 열린 '존엄과 민주주의'(Dignity and Democracy)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10.03.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미국의 카리브해 '마약선' 공격으로 자국민들이 사망했다며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근거 없는 발언이라며 반박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페트로 대통령은 전날(8일) X(구 트위터)에 "최근 폭격된 마지막 선박이 콜롬비아 선적이고, 콜롬비아 시민들이 탑승하고 있었다는 징후가 있다"며 "가족들이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정부가 그 작전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을 공개하기를 기다린다"며 "그러면 제 정보가 근거 없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새로운 전쟁터가 열렸다. 그곳은 바로 카리브해다"라며 "이 전쟁은 마약이 아니라 석유를 둘러싼 것이다. 세계가 이를 멈춰야 한다. 이 공격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전체를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가 아닌 다른 국가가 미국의 카리브해 공격으로 자국민이 사망했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트로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카리브해 군사 작전에 대해 꾸준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백악관은 페트로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 없고 수치스러운 주장"이라고 비난하며 철회를 압박했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NYT에 "철회가 이뤄진다면 양국이 관계 강화를 위한 협력에 다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 2명은 익명을 전제로 NYT에 "최근 미국이 파괴한 선박 중 적어도 한 척에는 콜롬비아인이 탑승해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마약을 퍼뜨리는 테러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초 이후 카리브해에서 민간 선박을 상대로 최소 4차례 공습을 가했다. 첫 번째 공격에서 숨진 11명을 포함해 최소 21명이 사망했다.

또한 카리브해 인근에 구축함과 전투기를 대거 배치하는 등 군사력을 증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망자들이 모두 마약 밀매범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증거나 법적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국적을 베네수엘라인으로 특정한 것도 초기 2번뿐, 이후 2차례 공격에서는 사망자 국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