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기 7개 에어컨은 6대? 땅 파라"…마약왕 잡은 굴착기 작전
에콰도르 마약 카르텔 두목 '피토'…탈옥 후 자택 지하벙커 은신 중 체포
실외기 단서로 국방장관 "집 부숴라" 명령…강경 작전에 결국 모습 드러내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감옥을 탈옥한 뒤 저택의 비밀 벙커에 은신해 있던 에콰도르 마약 카르텔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이 정부의 끈질긴 체포 작전에 붙잡혔다. 작전명은 '제우스 II'였다. 약 1년 반의 추적 끝에 보안군이 굴착기를 동원해 땅을 파자 벙커가 무너질까 봐 튀어나왔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피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갱단 두목 호세 아돌포 마시아스 빌라마르로는 로스 초네로스를 이끌며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과 협력해 수 톤에 달하는 코카인을 미국 등에 밀매한 범죄자였다.
이들은 경찰, 정치인, 검사, 그리고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삼아 살인과 협박을 저질렀고 뇌물과 부패의 힘으로 코카인 제국을 건설하고 유지했다. 피토는 2013년 34년형을 선고받고 과야킬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는데 교도소 안에서 5000명, 교도소 밖에서는 70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리는 등 위세가 등등했다.
교도소도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재소자면서도 마약, 휴대전화, TV, 무기 등을 틈틈이 밀수했고 교도소 안에서 고퀄리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20세기 가장 악명높은 마약왕인 콜롬비아의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자처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초 과야킬 교도소를 탈옥했는데 그 며칠 후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피토의 감옥 탈출 후 당국은 1년 반 동안 에콰도르를 수색하며 그의 사업과 자산을 압수하고, 조직원들을 체포했으며, 결국 연인을 포함한 그의 측근까지 잡아들였다. 하지만 그의 흔적은 없었다.
에콰도르 정부는 세 번 이상 그의 호화 저택을 급습했지만 그를 찾지 못해 그가 콜롬비아 외딴 지역에 숨어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체포 작전이 성공한 것은 지난달 25일이다. 지난달 다시 집을 급습했을 때 세 살 난 딸과 그가 복용하는 위염 치료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보안군은 그가 집안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최루탄을 발사해 집안 가득 연기가 차도 피토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지휘관은 "믿음을 갖고 들어가라.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명령했다. 에콰도르 내무장관까지 나서 집을 허물라고 지시해 굴착기가 동원됐다. 하지만 피토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해 군은 그를 생매장할까 봐 걱정됐다. 그런데 한 팀원이 집 밖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7대가 있는데 안에는 에어컨이 6대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보안군은 하나는 땅속에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굴착기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이는 효과가 있었다. 벙커가 무너져 내릴까 봐 두려워 피토가 세탁실 바닥의 비밀 문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그는 다른 군인들은 밀치고 작전 책임자를 향해 곧장 걸어갔고 군 책임자는 다가온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끝까지 영화 같은 체포 작전이었다.
에콰도르 국방부 장관은 피토가 붙잡힌 다음 날 "이번 체포는 노보아 정부가 범죄자들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30대 젊은 대통령으로, 마약 갱단에 대한 강경 대응 덕분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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