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마약왕의 '애완 하마' 70마리, 이주에 45억 들어…당국 골치
'메데인 카르텔' 두목, 생전 키우던 하마
개체수 불어나며 생태계 교란종으로 전락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콜롬비아 정부가 45억원을 들여 '마약왕의 하마' 70마리를 이주시킨다. 콜롬비아 마약 밀매조직 두목이 기르던 하마가 개체수 급증으로 지역 생태계를 교란하자 내린 결정이다.
CNN 방송에 따르면 안티오키아 주 정부는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콜롬비아 농업연구소(ICA), 콜롬비아 공군 등 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하마를 복수의 동물 보호구역에 방생하겠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하마 10마리는 멕시코 오스토크 동물 보호구역으로, 나머지 60마리는 인도의 또 다른 동물 보호구역으로 보낼 계획이다. 당국은 하마를 아프리카의 야생으로 돌려보낼 경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또 다른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보호구역행을 선택했다. 하마 이주에 필요한 물품과 항공편을 조달하기 위해 총 350만달러(약 4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콜롬비아 정부에 따르면 하마는 현재 안티오키아주 메데인 시내에서 동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마그달레나강 인근에서 130마리 이상이 집단으로 서식 중이다. 하마는 콜롬비아 최대 마약 밀매조직인 '메데인 카르텔'을 설립한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30여년 전 자신의 목장에 암수 한 쌍을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에스코바르는 마약으로 번 돈으로 메데인 인근 사유지 '아시엔다 나폴레스'에 개인 동물원을 만들었고 코끼리와 기린 등 이국적인 동물을 길렀다. 당국은 1993년 에스코바르가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과 교전을 벌이다 숨지자 그가 키우던 동물을 처분했다. 그러나 미국 동물원에서 데려온 하마는 그대로 방치됐다.
하마는 천적이 없고 먹이가 풍부한 마그달레나 강 유역을 따라 빠르게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이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당국은 중성화 수술과 피임 주사를 통해 하마의 개체수 증가를 억제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보호구역 집단 이주를 결정했다.
이날 아니발 가비리아 안티오키아 주지사는 기자들에게 "하마의 생명을 구하고 막달레나 강 인근 주민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밝혔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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