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콜롬비아 대선 초박빙 전망…중남미 좌파 물결 향방은?

사상 첫 '게릴라 출신' 좌파 대통령 vs. 각종 소송 휘말린 '콜롬비아 트럼프'

지난달 29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로 결선에 진출한 구스타보 페트로(왼) 후보와 2위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오는 19일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는 마지막 개표 시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초박빙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콜롬비아 역사상 처음으로 우파 기득권이 탈락한 1차 투표에 이어, 게릴라 출신 좌파 대통령 집권으로 '확실한 개혁'을 하느냐, 기업인 출신 중도 대통령 당선으로 '온건한 개혁'을 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좌향좌 개혁'이냐 '온건한 개혁'이냐 갈림길

지난달 29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1차 투표에서는 사상 최초로 기득권 우파 후보가 3위에 그쳐 결선에 오르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기득권 우파의 대척점에서 싸워온 게릴라 출신 좌파연합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62) 후보가 40%의 압도적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이반 두케 현 대통령과 기득권층에 쌓여온 반감이 뒷심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됐다.

남은 결선행 티켓은 28%를 득표한 기업인 출신 로돌포 에르난데스(77) '반부패리그(정당은 아닌 대안 단체)' 후보에게 돌아갔다.

우파연합 '콜롬비아를 위한 팀' 페데리코 구티에레스(47) 후보는 23% 득표로 3위에 그쳤다.

후보군이 좁혀진 결선을 앞두고는 갈 곳 잃은 우파 기득권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수십 년간 콜롬비아 정계를 주물러온 우파 기득권의 힘은 강력했다. 구티에레스의 지지 선언을 받은 에르난데스 후보가 단숨에 1차 투표의 적지 않은 표차를 뛰어넘어 초박빙 후보로 올라선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인바메르'가 현지 언론 '엘에스펙타도르', '노티시아스카라콜', '블루라디오' 의뢰로 실시해 지난 10일 발표한 선호도 조사 결과 에르난데스 후보가 48.2%로, 1차 투표 선두 페트로 후보(47.24%)를 근소한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는 ±2.69%였다.

누가 당선되든 그 자체로 '탈(脫)기득권'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페트로 후보 당선시 대대적인 변화가, 에르난데스 후보가 당선할 경우 우파 기득권의 지지를 감안해 보다 온건한 개혁이 예상된다.

또한 박빙으로 치달을 대선 결과를 감안하면 새 정부에는 분열을 수습하고 상대 진영을 아우를 포용력이 요구될 전망이다.

지난해 콜롬비아는 정부의 세제개혁 추진으로 그간 쌓인 국민 불만이 폭발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이에 정부가 개혁안을 접으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사진은 작년 7월20일 콜롬비아 독립기념일에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한 시민이 구호를 외치던 모습. ⓒ AFP=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지난해 콜롬비아는 정부의 세제개혁 추진으로 그간 쌓인 국민 불만이 폭발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이에 정부가 개혁안을 접으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사진은 작년 7월20일 콜롬비아 독립기념일에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강경진압하던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중남미 '핑크타이드 부활'도 갈림길

콜롬비아 대선으로 몇 년 전부터 중남미 지역에 불기 시작한 '핑크타이드(온건좌파 물결) 부활'도 갈림길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0년대 초반 중남미를 휩쓴 좌파 돌풍은 2013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망과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시들해졌다.

2019년 브라질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과 같은 해 볼리비아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좌파 정부 축출 쿠데타는 결정타였다.

그러나 2019년 말 아르헨티나 정권교체에 이어 2020년 볼리비아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으로 좌파 정부가 부활하면서 청신호가 켜진 좌파 바람은 지난해 페루, 칠레, 온두라스 대선을 거쳐 콜롬비아에 상륙했다.

콜롬비아는 남미 어느 나라보다 우파 기득권층의 그림자가 짙다. 이번 대선에서 사상 첫 좌파 정부가 출범한다면 그 자체로 핑크타이드의 부활로 평가될 수 있다.

멕시코는 2018년 출범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좌파 정부가 건재하고,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핑크타이드 원년 멤버'이자 '남미 좌파 대부'인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10일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 주 콘타겜에서 대선 예비후보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관련 행사 개최를 앞두고 현수막이 설치된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콜롬비아·중남미 미래 결정 지을 8시간

콜롬비아의 향후 4년과 중남미의 미래 정치·경제·사회 지형을 결정짓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이틀.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는 현지 시간으로 오는 19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치러진다. 한국과는 14시간의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당선자 윤곽은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6시가 넘어서야 그려질 전망이다.

5000만 인구 중 3800만여 명의 유권자가 전국 11만2897개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재외국민 투표는 67개국 대사관 및 영사관에서 지난 13일 시작, 18일까지 진행한다.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는 좌익 게릴라 '4·19 운동(M-19)' 출신 경제학자다. 1980년대 게릴라 조직이던 M-19가 1990년대 민주동맹 정당으로 전환되면서 중앙 정치인으로 활동, 하원 의원과 수도 보고타(2012~2015) 시장을 지냈다. 지난 2018년 대선에도 진보 진영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에르난데스 후보는 토목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기업인으로, 1990년대 부동산 개발 붐 속 많은 돈을 번 '자수성가형 부동산 재벌'이다. 이 같은 부를 바탕으로 정계에 입문, 콜롬비아에서 7번째 정도에 속하는 지방도시 부카라망가 시장(2016~2019)을 지냈다.

특히 에르난데스 후보는 부동산 재벌이자 소셜미디어 '틱톡' 활동이 활발하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딴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번 대선에서 던진 화두가 반부패 개혁인 점이 무색하게 38건의 부패 혐의로 소송 및 조사를 받고 있다.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를 사흘 앞둔 16일(현지시간) 수도 보고타 거리에 배포된 선거 전단지. 사진 왼쪽이 구스타보 페트로, 오른쪽이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 2022. 6. 1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지난 9일 콜롬비아 남서부 카우카 주 수아레스 시에서 어린이들이 좌파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를 지지하는 밴드 행진을 하기 위해 연습하는 모습. 2022. 6. 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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