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안 냈잖아"…ILO, 미국인 부사무총장 임명 전격 취소

미국 5000억원대 분담금 체납에 '슈퍼파워' 체면 구겨
자금난 시달리는 국제노동기구…대규모 구조조정 위기

질베르 웅보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지난 5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2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국제노동기구(ILO)가 오는 7월 취임 예정이던 미국인 셩 리 부사무총장 내정자의 임명을 전격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기구가 최대 공여국인 미국의 고위직 인사에 대해 분담금 미납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임명 취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고질적인 분담금 체납 문제다.

ILO 홈페이지를 보면 미국은 2024년과 2025년 미납액에 2026년 분담금까지 더해 총 2억5700만 스위스 프랑(약 4932억 원)을 체납 중이다.

미국은 ILO 전체 예산의 22%를 부담하는 최대 공여국으로 관례적으로 부사무총장직을 맡아왔던 나라였다.

로이터는 외교 소식통은 인용해 ILO가 리 내정자의 임명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미국 측에 체납액 중 최소 5000만 달러(약 756억 원)를 즉시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ILO는 공식적으로 '최후통첩'은 아니었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분담금 납부를 압박하는 강력한 조처를 한 셈이다.

미국의 분담금 미납은 의회 예산 처리 지연과 국제기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회의적 시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최대 공여국의 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ILO는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미 이 기구는 신규 채용을 전면 동결하고 직원들의 비필수 해외 출장을 제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구 관계자는 만약 미국을 포함한 회원국들이 9월까지 체납액을 내지 않으면 ILO가 내년 1월까지 약 12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 세계 노동 기준을 수립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핵심 기구의 기능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ILO는 이번 결정이 미국의 기여분 납부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체납액을 해결하면 언제든 최대 기여국의 지위를 회복하고 부사무총장 임명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ILO는 이달 중순에 열리는 회의에서 기관의 재정 상황과 향후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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