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안 냈잖아"…ILO, 미국인 부사무총장 임명 전격 취소
미국 5000억원대 분담금 체납에 '슈퍼파워' 체면 구겨
자금난 시달리는 국제노동기구…대규모 구조조정 위기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국제노동기구(ILO)가 오는 7월 취임 예정이던 미국인 셩 리 부사무총장 내정자의 임명을 전격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기구가 최대 공여국인 미국의 고위직 인사에 대해 분담금 미납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임명 취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고질적인 분담금 체납 문제다.
ILO 홈페이지를 보면 미국은 2024년과 2025년 미납액에 2026년 분담금까지 더해 총 2억5700만 스위스 프랑(약 4932억 원)을 체납 중이다.
미국은 ILO 전체 예산의 22%를 부담하는 최대 공여국으로 관례적으로 부사무총장직을 맡아왔던 나라였다.
로이터는 외교 소식통은 인용해 ILO가 리 내정자의 임명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미국 측에 체납액 중 최소 5000만 달러(약 756억 원)를 즉시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ILO는 공식적으로 '최후통첩'은 아니었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분담금 납부를 압박하는 강력한 조처를 한 셈이다.
미국의 분담금 미납은 의회 예산 처리 지연과 국제기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회의적 시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최대 공여국의 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ILO는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미 이 기구는 신규 채용을 전면 동결하고 직원들의 비필수 해외 출장을 제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구 관계자는 만약 미국을 포함한 회원국들이 9월까지 체납액을 내지 않으면 ILO가 내년 1월까지 약 12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 세계 노동 기준을 수립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핵심 기구의 기능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ILO는 이번 결정이 미국의 기여분 납부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체납액을 해결하면 언제든 최대 기여국의 지위를 회복하고 부사무총장 임명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ILO는 이달 중순에 열리는 회의에서 기관의 재정 상황과 향후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