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페멕스, SK건설과 지멘스에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

'뇌물로 원유정제공장 현대화 프로젝트 수주'

미 뉴욕주 지방법원에 접수된 소장에서 페멕스는 지멘스와 SK건설이 페멕스 직원에게 뇌물을 제공해 원유정제공장 현대화 프로젝트 공사를 따냈다고 주장했다.

지멘스의 뇌물공여는 업계와 법조계에서 이미 유명하다. 2008년 지멘스는 이라크로부터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세계 곳곳에 뇌물을 뿌린 데 대해 독일 법원에 16억 달러, 미국에 1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벌금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번 소송을 통해서 우리나라 기업과 연관된 부패의 깊은 뿌리가 다시 파헤쳐졌을 뿐 아니라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소를 제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 뇌물죄에 관련한 복잡한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1977년에 제정된 반부패법인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외국기업들에까지 확대해왔다. 이 법에 의해 많은 기업들이 제소되었고 뇌물수수행위로 인한 막대한 벌금을 물어왔다.

2010년 프랑스의 통신업체 알카텔 루슨트는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대만 등에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1억 37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미국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는 10월에 바레인 국영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루미늄 바레인이 미국에 제기한 뇌물관련 소송에서 8500만 달러를 지불하는데 합의했다. 이 판결이 페멕스가 소송을 제기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페멕스는 지멘스와 SK건설을 뇌물행위와 연관된 공갈혐의로 고소했다. 멕시코 기업 콘프로카 역시 제소되었다. 콘프로카는 멕시코의 원유정제공장 계약 입찰을 위해 SK건설이 85% 자본을 대고 지멘스와 합작으로 세운 벤처기업이다.

페멕스는 소장에서 콘프로카 입찰의 "중요한 요소"인 뇌물 증여로 공사에 초과비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멘스의 대변인은 즉각적인 답변을 피했다. SK건설, 페멕스, 그리고 콘프로카 측도 논평을 피했다.

드물지만 판결을 내리는 미국 기관이나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기업들에 대한 역제소도 있어왔다.

지난해 알카텔 뇌물재판과 연관된 코스타리카의 전기회사가 알카텔 루슨트의 뇌물 사건에 대한 미 사법당국의 판결에 반대하면서 재심을 주장했다. 재심에서 코스타리카 전기회사가 주장한 것은 자신들은 희생자이며 명예회복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페멕스와의 조정을 위해 5억 3000만 달러의 보상금이 책정된 콘프로카 역시 2011년 12월 뉴욕주에 지멘스가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소송에서 콘프로카는 계약전 진행된 작업에 대한 비용의 지불을 요구했고 페멕스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어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이 재판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속속 밝혀지는 뇌물죄들

미 사법부가 지멘스를 상대로 건 2008년 소송에는 멕시코의 뇌물수수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멘스가 2004년 말에 260만 달러를 정유공장현대화프로젝트 관련 비용초과 주장을 무마하기 위해 한 정치인사에게 지불했다며 고발했다.

SEC의 고발 후 페멕스도 자체 조사에 나섰다. 페멕스는 "지멘스와의 거래가 뇌물로 이루어진 것인지" 자체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의 소송은 페멕스는 조사결과 밝혀진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2008년 마무리 된 듯 보였던 부패사건은 우리나라 기업과 연관되면서 다시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소장에서 페멕스는 멕시코에서의 범죄행위 조사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부패의 전모가 더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ungaung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