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브릭스펀드, 추락에도 날개가 있다?

한 투자자가 지난 6월 허페이성 우한시에 위치한 증권업체 객장에서 잠시 낮잠을 자고 있다. © 로이터=News1

투자자들이 수익률 급감으로 브릭스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투자 우려에 브릭스 증시는 연일 최저를 경신하며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브릭스는 지난 2001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뱅커인 짐 오닐이 브라질(Brazil), 러시아(China), 인도(India), 중국(China) 등 떠오르는 신흥국을 대변하기 위해 고안해낸 조어다.

브릭스 가운데 2개국은 연평균 9~12%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오닐의 예견을 능가하며 폭풍 성장했다. 브릭스 4개국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4배나 불어나 영국 경제의 5배가 됐다. 일각에서는 브릭스 경제가 2020년까지 20% 성장해 전 세계 경제의 1/3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브릭스 증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글로벌 주식시장 투자기준으로 발표하는 MSCI 브릭스 지수는 지난 10년 사이 무려 4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머지 신흥(이머징)국가와 선진국가의 지수는 각각 320%, 98% 성장하는 데에 그쳤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률은 초창기 급등세 덕분이다. 2001~2007년 MSCI 브릭스 지수는 500% 이상 올라 이머징 지수의 상승률을 웃돌았지만 이후 5년 동안 브릭스 지수는 8.6%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머징 지수는 5% 올랐다.

이에 브릭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도 급감했다. 톰슨로이터 소속사인 리퍼에 따르면 브릭스펀드는 2007년 최고점을 찍었다가 올해 120억유로로 절반이 됐다. 펀드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 글로벌(EPFR Global)에 따르면 브릭스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지난해 54억달러에 이어 올해 벌써 11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전반적인 신흥국 시장의 펀드는 여전히 높은 투자관심을 받으며 올해 18억달러 자금을 흡수했다. 또 리퍼에 따르면 신흥국 펀드자산은 2140억유로에 달해 2006년 이후 두배로 늘었다.

이에 브릭스 증시를 묶어 만든 브릭스펀드에 대해 서로 완전히 다른 시장을 작의적으로 묶어둔 것에 불과하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제프 초드흐리 F&C투자 펀드매니저는 "브릭스를 하나의 개체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브릭스는 이미 한물 간 투자전략이다. 앞으로 브릭스 펀드가 조용하게 사그라드는 것을 더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스 경제가 약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브릭스 증시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개혁실패로 3년래 최저로 떨어졌고 중국 역시 '바오바(保八·8% 이상 경제성장률)'가 결국 무너졌다. 브라질 경제도 부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고유가를 인질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올해 MSCI브릭스 지수 상승률은 1%를 밑도는 반면 나머지 신흥국 지수는 최대 6%까지 올랐다.

◆ 끝없는 추락...어디서부터 잘못 됐나?

물론 브릭스의 막대한 인구규모와 소비 증가에 따른 성장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 가능성이 주식의 수익률을 보장한 적은 없다는 점이다.

크레딧스위스/런던비즈니스스쿨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성장과 증시 수익 사이 연관성은 통계학적으로 미미한 데다 오히려 가끔씩 역(逆)을 나타낸다. 도이체방크의 존-폴 스미스 이머지증시 부문 대표는 "브릭스는 잠재적 GDP 규모로 인해 나머지 신흥 시장과 구분된다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론칭하는 펀드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은 MSCI 브릭스 지수의 40%를 차지하는 데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GDP가 두 자릿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사이 중국 증시 투자자들은 10% 손실을 봤다.

브릭스의 정부 역시 증시추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브릭스는 2002년 벤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각화 조치를 취했으나 10년이 지난 현재 효과는 유명무실해졌다. 브릭스와 선진지수 사이 상관관계는 현재 0.9로 10년 전의 0.4에 비해 오히려 상승했다. 다시 말해서, 브릭스와 선진국 사이에 상관관계가 커졌다는 의미로 투자다변화 효과가 떨어졌다는 말이다.

◆ 최악을 상정한 시나리오...반등 가능성 있다!

그렇다면 브릭스는 투자전략으로서 더이상 미래가 없는 것일까. 대답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여전히 수많은 투자자들이 브릭스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HSBC글로벌자산운용의 빌 말도나도 주식대표는 브릭스가 신흥시장(EM)의 대리인(proxy)으로 유동성과 편이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릭스를 런던국제증권거래소(LSE)에 상장된 100개의 우량주식으로 구성된 'FTSE-100'에 비유했다.

말도나도 대표는 그러면서 사상 최저로 떨어진 브릭스 주식시장이 오히려 반등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예견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해석이다. 브릭스 지수는 현재 포워드어닝(예상순익)의 8.2배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신흥시장에 비해 15% 낮은 수준이다. 브라질과 러시아 증시는 평균보다 30~35% 낮다.

말로나도 대표는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브릭스의 거시경제 부문이지 개별적인 기업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싸게 거래되는 동시에 수익률이 높다면 그 곳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투자자들에게 브릭스 주식에 대해 비중확대(overweight)를 권고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브릭스펀드를 추천했다. 골드만삭스는 빅4 가운데 중국 증시에 대해 안정적이며 양질의 성장을 이뤄 결국 수익률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골드만삭스의 캐서린 코치 수석포트폴리오 전략가는 브릭스 펀드와 차세대 신흥국 모임인 '넥스트11'과 혼합할 것을 추천했다.

kirimi9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