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선물거래소 CME, 내년 유럽진출 선언
유럽 규제당국의 파생상품 시장 규제 의지와 맞물려 호재
미국 최대 선물거래업체인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이 유럽 시장에 진출해 도이체뵈르제와 뉴욕증권거래소(NYSE)-유로넥스트에 도전장을 내민다.
CME를 비롯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뉴욕상업거래소(NYMEX)를 운영하는 CME 그룹은 영국 런던 주재 외환 선물 거래소를 내년 중순부터 운영하기 위해 영국금융감독청(FSA)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CME는 상품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책임자인 로버트 레이를 유럽거래소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CME그룹은 브라질과 두바이를 포함해 다수의 외국 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번 런던 거래소는 해외에서 단독으로 운영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올 초 CME그룹의 CEO 자리에 오른 푸핀데르 길은 164년 전통의 CME그룹의 국제화를 공언한 바 있다.
길 CEO는 런던거래소의 목표고객에 대해 "CME 이외에서 거래하는 완전히 새로운 고객이 생겼다"고 말했다. CME가 이미 시카고에서 외환선물 거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는 "우리 사업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고객층은 기존의 고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 CEO는 이번 거래소 설립계획에 다른 종류의 자산과 관련한 거래도 추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유럽의 선물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NYSE-유로넥스트와 도이체뵈르제에 직격탄을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길 CEO는 런던 거래소를 설립하는 데 드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일반적으로 창립에 드는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뵈르제의 유렉스와 NYSE-유로넥스트의 리페는 런던,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거래되는 단기금리와 채권 등 선물거래의 90%를 차지한다.
금리와 관련한 선물거래에서 독점의 위협이 심화하면서 유럽 반독점당국은 올 초 추진됐던 도이체뵈르제와 NYSE유로넥스트의 합병을 결국 불허했다.
길 CEO는 "기존 거래소로부터 유동성을 빼앗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CME는 지난해 리페의 단기금리 선물거래와 유사한 상품을 출시했으나 리페로부터 CME로 갈아타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CME의 유럽 거래소 설립계획은 유럽시장의 확대라는 점에서 주요한 단계라는 분석이다. 또 최근 2년 동안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최대 라이벌인 북해산 브렌트유에 밀리면서 유럽진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런던의 국제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선물은 올해 4~6월 처음으로 CME에서 거래되는 WTI선물을 능가하는 분기로 기록됐다.
CME는 이미 파생상품 거래의 리스크를 헤징하는 스와프를 위한 거래청산소를 런던에서 운영하고 있다. CME는 또 일년간 런던금속거래소 인수에 도전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지난 5월 인수는 좌절됐다.
◇ 유럽 규제당국 금융개혁 의지와 맞물려
CME의 유럽거래소 설립은 역내 파생상품 비즈니스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개혁의지와 맞물렸다. 유럽의 금융당국은 선물 거래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방대한 규모에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장외파생상품시장(OTC)을 규정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
유럽 정책입안자들은 거래청산과 지수라이선싱과 같은 기술적 변화를 가미해 CME과 같은 새로운 거래소가 기존의 거래소와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이러한 조치를 통해 700조달러에 달하는 OTC에 세금을 부과해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OTC 시장은 현재 은행과 헤지펀드 사이에 주로 개별적인 거래가 이뤄진다.
유럽의 규제당국은 주요 OTC 거래은행이던 리먼브라더스가 지난 2008년 파산하면서 생긴 총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TC 시장 자체를 탈바꿈시키고자 한다.
유럽당국의 규제의지는 CME그룹의 유럽 진출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베렌베르뱅크의 리차드 페로트 애널리스트는 "청산과 거래서비스를 제공하는 CME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유럽의 규제당국은 OTC 시장을 현재의 불명확하고 대체적으로 양자적이며 '보이스 브로커'식의 모델에서 벗어나게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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