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버리 제자 "韓주식 싼 데는 이유 있다…'가치 함정' 주의"

"경영진 유인 살펴야…기업 잘돼도 소액주주에 가치 안 돌아갈 수도"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개장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0.97포인트(1.18%) 오른 6951.78을,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7.75포인트(0.91%) 오른 857.55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2.60원 내린 1351.40원을 기록했다. 2026.9.30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의 '제자'로 통하는 필 클리프턴이 한국 증시의 저평가 종목이 '가치 함정'(value trap)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이 좋아도 그 가치가 소액주주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포메리움 캐피털 매니지먼트 창업자인 클리프턴은 지난달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약 24개 기업을 만난 뒤 지난 29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 투자는 "경영진의 유인을 특별히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클리프턴은 버리가 이끌었던 사이언자산운용에서 버리를 제외한 마지막 포트폴리오 매니저였다. 버리는 지난해 11월 헤지펀드 등록을 말소하면서 고객들에게 클리프턴을 추천하며 그를 뛰어난 젊은 인재이자 탁월한 사상가라고 평가했다. 클리프턴은 이후 독립해 올해 1월 포메리움을 설립했다.

그는 "한국 증시는 언뜻 보면 자본주의자의 천국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높은 이익률과 견조한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리프턴은 기업을 운영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창업자 일가가 상당한 지배력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도 그 잠재적 가치가 소액주주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韓 기업 잘돼도 주주는 못 누려…가치 함정"

클리프턴은 이런 현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한국의 상속·증여세 제도를 지목했다. 상장사 지분이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과세되는 데다 경우에 따라 세율이 60%까지 올라갈 수 있어 지배주주에게 주가 상승을 억제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거나 본업과 무관한 사업에 투자하고, 배당을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클리프턴은 이런 기업의 주식을 "이자도 주지 않고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영구채"에 비유하며 기업 자체가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내더라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 '가치 함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증시는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가족이 지배하는 재벌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오랫동안 한국 증시를 짓눌러온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여기에 한국이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부상하면서 코스피는 올해 6월 고점까지 100% 넘게 상승했지만 이후 랠리는 힘을 잃었다.

韓과 달리 日 기업개혁은 긍정 평가

클리프턴은 일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일본 역시 최근까지 심각하게 저평가된 기업이 많았지만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추진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는 "다행히 일본의 밸류에이션 할인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며 특히 규모가 작고 성장 속도가 빠른 기업들에는 투자 기회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포메리움의 최대 보유 종목인 일본 헬스테크 기업 메들리는 지난 8월 배당성향 약 30%를 목표로 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클리프턴은 현재 주가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더 선호한다면서도 배당 확대에 대해 "고급 호텔을 사거나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분명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