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고금리 이미 美경제 타격…내년까지는 힘들다"

"기업 파산 급증할 수도"…AI 빅테크는 높은 수익성으로 고금리 버틸 여력

미국 연방준비제도 워싱턴 청사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장기 국채금리 급등이 이미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으며 고금리가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의 결과로 경제가 약해지기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잔디는 이달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이를 "심각한 정책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인물이다. 연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인상했다.

문제는 정책금리뿐 아니라 기업과 가계의 실제 차입비용을 결정하는 장기금리까지 함께 뛰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5.22%까지 올랐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7.5%로 2024년 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잔디는 고금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분쟁이 끝나 유가가 내려가고 현재 예상되는 추가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지 않아 수개월 안에 금리가 안정된다면 경제에 부담을 주더라도 심각한 타격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반대로 고금리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상태가 훨씬 오래 지속돼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경제가 정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향후 1년 동안 3~4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반영돼 있으며 이 가운데 한 차례는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야후파이낸스는 전했다.

잔디는 특히 기업부채를 취약고리로 지목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추가 인상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기업 파산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채가 많은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사모펀드(PE) 소유주가 채무 만기를 연장해 당장의 원리금 부담을 낮춰주면서 버티고 있는데,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이런 방식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계도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신용카드 부채나 주택담보 신용한도(HELOC)를 이용하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계속 증가할 수 있다.

다만 AI 투자를 주도하는 대형 기술기업은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잔디는 평가했다.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높은 이익률과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 덕분에 높은 차입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는 자체적인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현재보다 훨씬 높은 금리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장기 국채금리 급등의 원인을 놓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과 일부 연준 인사들은 강한 경제성장을 주요 원인으로 보는 반면 잔디는 지정학적 긴장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무게를 뒀다.

잔디는 연준 의장이 포워드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향후 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을 보상하기 위한 추가 프리미엄도 장기 국채금리에 일부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에 대해서는 당장 급락을 촉발할 정도의 충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잔디는 금리 상승이 주식 밸류에이션을 서서히 훼손하는 요인이라며 "절벽 같은 사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엔비디아가 시장의 실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AI 강세장을 지탱하는 요인이 흔들릴 경우 고금리 부담과 맞물려 증시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