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에 아시아 '희비'…한국은 기술주 밸류에이션 압박
美 고금리에 아시아 증시서 외국인 자금 이탈…적자국 통화 직격탄
韓·대만 기술주 금리상승에 취약…은행·보험 비중 높은 시장은 수혜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압력이 예상된다. 다만 충격은 국가와 업종에 따라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됐다.
28일 로이터통신의 금융시장 칼럼 '오픈 인터레스트'에서 마니시 라야초두리 에머캐피털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금리 상승이 자본 유출과 통화 약세, 수입물가 상승 등을 통해 아시아 경제를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은 내년 중반까지 최대 세 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자본 유출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높아지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라야초두리에 따르면 올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이후 아시아로 향하던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위축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대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이달 25일까지 아시아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월간 기준 1920억달러로 추산됐다. 종전 최대였던 2025년의 45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처럼 경상수지 적자를 외국인 투자로 메워야 하는 국가의 통화가 큰 압력을 받았다. 반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한국과 중국의 통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통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 8월 말 물가상승률은 인도 4.8%, 인도네시아 3.2%, 필리핀 6.1%에 달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중앙은행은 이미 올해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반면 중국과 대만,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물가 압력이 낮아 추가 긴축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증시에서는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아시아 평균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해 10월 말 3.4%에서 이달 말 4.2%로 상승하는 동안 팩트셋 아시아시장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6.7배에서 12.5배로 떨어졌다.
특히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되는 기술주는 금리 상승에 민감하다. 라야초두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기술 대기업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 증시의 PER이 최근 미국 국채금리 급등 과정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부채가 많거나 차입 수요에 의존하는 업종도 취약하다. 부동산과 유틸리티는 차환 비용 상승에 노출되고, 소비재는 가계의 대출 부담 증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순부채비율은 필리핀이 118%로 아시아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높았고, 태국 105%, 중국 86%가 뒤를 이었다.
반대로 은행과 보험사는 금리 상승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은행은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면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되고, 보험사는 신규 보험료를 더 높은 금리의 채권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 비중이 높은 싱가포르와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 증시는 이런 효과를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라야초두리는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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