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워시 연준' 금리 방정식…추가 인상 1번이냐 3번이냐

AI 투자발 수요 과열 경계…워시, 점도표보다 경제 추세·반응 함수 중시
연준·시장 금리 전망 엇갈려…옵션시장 '얕은 긴축' 베팅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방정식까지 바꾸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막대한 투자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력·건설·장비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연준의 시선도 공급 충격에서 강한 수요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케빈 워시 의장이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시장이 추가 긴축의 강도를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연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올리며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연준은 경제활동이 견조하게 확장하고 생산성과 투자가 강하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특히 AI 투자 붐을 비롯한 강한 수요가 새로운 물가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경계가 나온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1일 AI 중심의 기업 투자가 경제의 생산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총수요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지적하며 수요가 과열된다면 연준의 대응에는 "모호함이 없다"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22일 미국 경제가 "오히려 더 견조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국방과 제조업 등으로 강세가 확산하고 있다며 고용보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미국의 높은 물가는 유가 급등이나 관세 등 공급 측 충격의 영향이 큰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충격은 공급 여건이 정상화되면 물가 압력도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AI 투자와 견조한 소비 등 강한 수요가 물가를 밀어 올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급 충격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워 금리를 통해 수요를 억제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점도표보다 '반응함수'…워시가 바꾼 금리 읽는 법

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 방식이다. 워시는 특정 금리 경로를 미리 약속하는 포워드가이던스를 축소하고 개별 지표보다 물가와 경제가 움직이는 속도와 추세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워시는 자신의 금리 전망을 점도표에 제출하지 않았다.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중앙값은 4.1%로 6월의 3.8%에서 올랐고 내년 말 전망도 3.6%에서 4.1%로 높아졌다.

워시는 대신 현재 금융여건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며 이번 인상이 경제에 남아 있던 "일부 완화적 요소를 제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를 미리 정하기보다 경제가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접근이다. AI 투자가 생산성을 높여 공급능력을 확대하는지, 당장의 수요를 더 빠르게 자극해 물가 압력을 키우는지도 판단의 변수가 된다.

워시 체제에서는 점도표보다 경제 변화에 연준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른바 '반응함수'가 중요해진 셈이다.

인공지능을 뜻하는 'AI' 문자 일러스트 2023.6.23 ⓒ 로이터=뉴스1
추가 인상 몇 번이나…월가 전망도 엇갈려

연준이 제시한 금리 경로는 비교적 완만하다. 9월 점도표상 연말까지 0.25%포인트 한 차례 추가 인상, 내년 동결이 예상된다.

하지만 스와프시장은 연준보다 더 많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리스와프 시장은 연준이 내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한다.

반면 옵션시장에서는 '연준이 세 번까지는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내년 3월 금리가 현재 시장 예상보다 낮을 경우에 대비한 옵션의 미결제약정은 약 270만 계약으로 반대 방향보다 약 100만계약 많았다.

크리스티안 호프먼 손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채권부문 대표는 "시장은 여기서 세 차례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나는 그 반대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지난주 인상을 포함해 1년 사이 네 차례 금리를 올리는 것은 상당히 강한 긴축으로 경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지 보리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츠 채권 최고투자전략가도 높은 정책금리와 국채금리, 유가가 모두 "성장에 대한 세금"처럼 작용한다며 그 영향이 4분기와 내년에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동 긴장이 완화돼 유가가 내려가고 AI 투자 증가세까지 둔화한다면 연준이 시장 예상만큼 금리를 올릴 필요도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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