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관세 환급금 대부분 '현금 보관'…소비·투자 효과는 제한적
대법원 판결 이후 1347억달러 환급…기업 4곳 중 3곳 현금으로 보유
절반 이상은 R&D·설비투자 계획…가격 인하 15%·고객 환급 17%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정부가 기업들에 돌려주고 있는 대규모 관세 환급금의 상당 부분이 당장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의 현금으로 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지난달 10~21일 1100명 이상의 기업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불확실성 조사'에서 약 4분의 1이 관세를 이미 환급받았거나 환급을 신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관세는 연간 매출의 평균 1.7%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 연방대법원이 이른바 '비상 관세' 1660억달러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후 기업들에 관세 환급이 시작됐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의 법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이자를 포함해 약 1347억달러의 환급금이 지급됐거나 지급 절차에 들어갔다.
관세 환급금의 사용 계획을 밝힌 기업 임원 220명 가운데 약 4분의 3은 환급금을 현금으로 보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복수 응답이 가능한 조사에서 절반 이상은 연구개발(R&D)과 자본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고객에게 환급금을 돌려주겠다는 응답은 17%,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약 15%였다.
연구진은 "관세 환급금의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고객과 직원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것임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환급금을 가격 인하나 고객 환급, 직원 보너스 등에 사용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높여 소비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휘발유 가격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소비를 이어가며 경제 성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관세 환급 속도는 최근 둔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법적 안정성이 더 높은 다른 권한을 이용해 관세 수입을 다시 확보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재무부가 관세 환급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수입업체들이 낸 관세가 돌려받은 금액을 웃돌았다. 재무부가 지급한 환급금은 7월 330억달러에서 8월 105억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관세 환급금이 실제 투자와 소비로 얼마나 흘러가는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연준은 이달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최근 인플레이션이 중동 전쟁 등에 따른 공급 충격에서 비롯된 것인지, AI 투자 붐을 포함한 강한 수요에서 비롯된 것인지 판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관세 환급금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추가로 자극할 경우 수요 측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반면, 기업들이 가격 인하에 사용하면 물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관세 환급금의 최종 사용처가 향후 미국의 성장과 물가 흐름을 가르는 변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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