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폭스바겐, 유럽 블루칩 지수서 15년 만에 퇴출

주가 2021년 고점 대비 75% 넘게 빠져…16년래 최저
中 공세에 판매부진…10만명 감원 구조조정 비용·美관세 부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유로존을 대표하는 우량주 지수인 '유로스톡스50(Euro Stoxx 50)'에서 15년 만에 퇴출됐다. 중국 저가 자동차 업체들의 공세와 판매 부진, 대규모 구조조정 비용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주가가 16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추락한 여파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수 제공업체 스톡스(Stoxx)는 정기 지수 개편을 통해 폭스바겐을 유로스톡스50에서 제외했다. 유로스톡스50은 유로존 주요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 우량주 50개로 구성된다.

폭스바겐이 이 지수에서 빠지는 것은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폭스바겐은 유로스톡스50 출범 2년 뒤인 2000년 처음 편입됐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2011년 한 차례 제외된 적이 있다.

이번 퇴출은 폭스바겐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주가는 2021년 증시 랠리 당시 고점에서 75% 넘게 추락해 약 1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미국의 높은 관세 부담까지 겹친 가운데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노조와 조직 축소에 합의했으며 구조조정에 따라 감원 규모는 1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8일에는 실적 전망까지 낮추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8.3% 급락했다. 폭스바겐은 포르쉐 지분 가치에 대한 60억 유로 규모의 평가손실과 중국 시장 침체, 구조조정 비용 증가를 실적 경고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HSBC의 마이클 틴달 글로벌 자동차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의 부상 등으로 자동차 산업 전체가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위험에 직면했다며 폭스바겐의 낮은 기업가치에는 구조조정 비용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폭스바겐의 시가총액은 약 380억 유로(약 60조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연간 매출 3220억 유로의 8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독일 자산운용사 플로스바흐폰슈토르히의 사이먼 예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T에 "이러한 시장가치는 투자자들이 폭스바겐에 얼마나 회의적인지를 매우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수 퇴출이 추가적인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로스톡스5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폭스바겐 주식을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톡스에 따르면 유로스톡스50을 추종하는 ETF 30개의 자산 규모는 총 590억 유로에 달한다. 이 지수와 연계된 구조화 상품도 11만 개 이상으로 판매 규모가 680억 유로를 넘는다.

폭스바겐은 "지수 편입 여부가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바꾸지는 않는다"며 자동차 산업 역사상 가장 큰 변혁 속에서도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성과를 개선하고 중기적으로 유로스톡스50에 복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폭스바겐과 함께 네덜란드 정보서비스업체 볼터스클루버도 지수에서 빠진다. 대신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핀란드 노키아와 프랑스 전력·가스업체 엔지가 새로 편입된다.

폭스바겐까지 제외되면서 유로스톡스50에 남은 자동차주는 페라리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3곳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피아트와 푸조 등을 거느린 스텔란티스가 지수에서 퇴출됐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