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외교' 가능성에 유가 급락…WTI 100달러 아래로

WTI 4.5% 내린 95.78달러…브렌트도 장중 100달러 붕괴
트럼프, 이란 대통령 회동 가능성 열어…예멘 후티 공습도 일단 보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2026.9.1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21일(현지시간) 급락하며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데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 확전 우려가 다소 완화했다.

이날 WTI 선물은 4.5% 떨어진 배럴당 95.78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3.4% 하락한 10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98.98달러까지 내려가 100달러 선을 밑돌았다.

국제유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East-West) 송유관 가동 중단이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원유 수출에 큰 차질을 주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확산한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 유엔총회를 계기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아마 열려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후티 반군을 폭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동의 원유 수송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JP모건에 따르면 사우디 동서 송유관 폐쇄에도 최근 10일간 중동 지역 원유 수송량은 하루 평균 1700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2025년 평균보다 하루 600만배럴 적은 수준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꾸준히 늘면서 중동 전체 원유 흐름은 전쟁 이전의 약 80%까지 회복됐다고 TD증권은 분석했다.

라이언 맥케이 TD증권 원자재전략 책임자는 "대규모 확전이 없다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의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높다. 후티 반군은 지난 19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홍해의 주요 원유 수출항인 얀부를 공격했다. 사우디군은 리야드를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고 얀부에 대한 공격도 방공망으로 저지했다고 밝혔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최근 하루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유조선 최소 2척도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군사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이란 문제를 놓고 현재 "결정하는 단계"라며 조만간 "매우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미국이 다시 공격할 경우 "분쟁의 지리적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유가는 외교적 긴장 완화 기대와 중동의 추가 확전 위험 사이에서 큰 폭의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