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수출까지 막혔다…WTI 4.4% 급등, 106달러 육박

얀부 선적 중단·유럽향 원유 일부 취소…브렌트 109달러
호르무즈 우회 핵심 송유관 피격…골드만 "120달러 돌파 가능성 커져"

10일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 지역 메디나 남쪽의 동서 송유관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위성 사진에 담겼다. 2026.9.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15일(현지시간) 3~4% 급등하며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사우디아라비아가 활용해온 핵심 우회 수출로마저 공격을 받으면서 실제 원유 공급 차질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보다 4.44달러(4.38%) 오른 배럴당 105.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3.07달러(2.9%) 상승한 108.75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19일 이후 최고 종가다.

이달 들어 유가는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전투가 격화하면서 20% 넘게 뛰었다.

호르무즈 막혔는데 우회로까지 피격

이번 급등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의 공급 차질 우려가 직접적인 방아쇠가 됐다.

해운업계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사우디 홍해 연안의 얀부 수출터미널에서 원유 선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유럽 고객들에게 9월 말로 예정됐던 일부 원유 공급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얀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이후 세계 원유 공급에서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핵심 수송로다.

사우디는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하기 위해 동부 유전지대에서 약 1200㎞ 떨어진 서부 얀부까지 이어지는 '동서횡단 송유관(East-West Pipeline)'을 활용해왔다. 하루 최대 700만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이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홍해로 빼낸 뒤 수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 11일 이 송유관을 공격하면서 사우디는 가동을 중단했다. 사우디는 이를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피해 규모나 재가동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이날 CNBC에 "짧고 일시적인 중단이 될 것"이라며 수일 내 송유관이 다시 가동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의 수리기간 추정치는 '곧 재가동'부터 최장 8주까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사우디 수출 취소에 WTI 더 뛰어

시장에서는 송유관이 조기에 복구되지 않을 경우 공급 차질이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유 구매자와 트레이더들은 사우디가 동서횡단 송유관을 재가동하지 못하면 수일 안에 수출 가능한 원유 재고가 소진될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번 송유관 피격으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날 WTI 상승률이 브렌트보다 높았던 것도 사우디의 수출 차질과 관련됐다. 유럽 정유업체들이 사우디산을 대체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 구매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앤디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사우디의 유럽향 원유 공급 취소로 유럽 정유업체들이 미국산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공급 불안은 사우디에 그치지 않는다. 리비아에서도 시위대가 원유 수송관 밸브를 잠그면서 유전 3곳의 가동이 중단됐다.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는 사태가 이어지면 불가항력을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에너지 인프라 공격이 전쟁의 중대한 확전이라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는 2027년 걸프 지역의 평균 원유 생산량이 전쟁 이전보다 하루 400만배럴 낮게 유지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도 극도로 위축됐다. 원자재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14일 하루 4척에 그쳐 전날 10척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