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금리 2007년 이후 최고…유가·연준 인상 '이중 압박'

WTI 106달러·금리인상 확률 92%…30년물도 19년래 최고
AI 투자·국채 공급 확대까지 겹쳐…“5% 넘으면 위험자산 부담”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채권 매도세를 부추겼다.

15일(현지시간) CNBC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전장보다 5bp(1bp=0.01%포인트) 이상 오른 5.041%까지 상승했다.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5.0% 부근에서 거래됐다.

30년물 금리도 장중 5.401%까지 올라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은 한때 4.688%까지 상승해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린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국제유가다.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6달러를 넘어섰다.

BMO캐피털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WTI 선물과 미 10년물 금리의 상관계수는 0.96까지 높아졌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끌어올리고 국채 금리 상승으로 직결되는 양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조너선 량 스탠다드차타드 채권·외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10년물 국채는 인플레이션 기대에 매우 민감하다"며 물가 지표가 연준의 2% 목표를 웃도는 동안 이 같은 밀접한 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CNBC에 말했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도 채권 매도를 자극했다. 연준은 이날 이틀 일정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돌입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16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92% 이상 반영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2023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이번 금리 상승은 유가와 연준뿐 아니라 구조적인 채권 수급 변화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회사채 공급이 늘어난 데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도 재정적자를 메우고 만기 채권을 차환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양적완화(QE) 시절 정부채를 대거 사들였던 중앙은행의 수요는 사라졌고 해외 중앙은행 등 전통적인 미 국채 매수세도 약해졌다.

피비 화이트 UBS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실물경제 약화 조짐이 없는 데다 국채 수급 여건도 2007년과 매우 다르다"며 "특히 해외 공공부문의 미 국채에 대한 구조적 수요가 상당히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실시된 미 20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발행금리는 2020년 20년물 재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수요는 예상에 못 미쳤다.

시장에서는 10년물 5%가 주식 등 위험자산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만 보유해도 연 5% 안팎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어 증시로 향하던 자금의 일부가 채권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 마레 힐버트그룹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5%를 넘어서면 위험자산에 걱정스러운 수준이 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ING의 파드라이크 가비 미주 리서치 책임자는 10년물이 5%를 뚫고도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을 경우 "6%가 시야에 들어올 수 있다"며 "5%에서 6%로 가는 과정은 금융시장 전체가 감당하기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