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송유관 한 달 멈추면 원유 1.2억배럴 증발…유가 1% 상승
케이플러 "하루 450만배럴 수출 차질"…얀부 비축유 1500만배럴 감안
브렌트 장중 110달러 육박…전문가 "복구 수개월 걸릴 수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유가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송유관 가동 중단에 상승했다. 장중 브렌트유가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지만 사우디의 비축유가 단기적으로 수출 차질을 완충할 것이라는 기대에 상승폭은 줄었다.
14일(현지시간)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1% 오른 배럴당 105.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10달러에 근접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1.3% 상승한 배럴당 101.39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05달러에 육박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전투가 격화하면서 지난주 약 9%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유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은 사우디 동서(East-West) 송유관의 가동 중단이었다.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이 지난 10일 송유관을 공격해 피해를 입히면서 사우디 정부는 원유 수송을 중단했다. 사우디 당국은 피해 규모나 재가동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동서 송유관은 하루 최대 700만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핵심 시설이다. 페르시아만 인근 산유지역에서 홍해 연안 수출 터미널까지 연결한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제한되면서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을 이용해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왔다.
시장에서는 송유관 가동 중단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향후 유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니브 샤 리스타드에너지 원유시장 분석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가격 반응은 시장이 사우디 비축유가 단기적으로 수출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5~7일의 비축유 완충 기간을 넘어 중단이 지속되면 상황은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앤디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는 공격을 받은 펌프장이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완전한 복구에는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손상된 펌프를 우회해 수송량을 낮춘 상태로 송유관을 일부 재가동할 가능성이 있어 유가 상승폭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송유관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공급 충격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원자재 분석업체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상품리서치 이사는 동서 송유관이 한 달 동안 가동을 멈추면 세계 원유시장에서 사우디 수출 물량 1억2000만배럴이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루 450만배럴의 원유 수출이 송유관에 의존하고 얀부항에 약 1500만배럴의 비축유가 있다는 가정에 따른 계산이다.
스미스는 "앞으로 한 달 동안 1억2000만배럴의 수출 물량을 잃는다면 유가에 상당한 상승 압력을 줄 것"이라며 세계 원유시장이 이미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도 계속됐다. 이란과 걸프 아랍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만에서 열 예정이던 회담은 송유관 공격 이후 연기됐다.
13일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또 다른 유조선이 공격을 받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홍해에서는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우디 원유의 우회 수출 경로를 둘러싼 불안도 커졌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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