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美 경고에도 '소버린 AI'에 中화웨이칩 도입 검토

블룸버그 "5억달러 규모 국가 AI 사업에 어센드 910C 검토"
채택시 中 AI 가속기 택한 첫 외국 정부 사례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말레이시아가 미국의 경고에도 국가 핵심 데이터를 관리하는 '소버린 AI' 사업에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채택하면 외국 정부가 미국산 대신 중국산 AI 가속기를 공식 선택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20억 링깃(약 4억9400만 달러, 6630억 원) 규모의 소버린 AI 사업 핵심 인프라에 화웨이 AI 반도체를 사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구매 물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검토 대상은 화웨이의 주력 AI 가속기 '어센드 910C'다. 아직 생산이 제한적인 차세대 어센드 950은 대상이 아니다.

화웨이는 수년간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접근 제한에도 AI 반도체 성능을 개선해왔다. 성능은 여전히 엔비디아 제품에 크게 뒤처지지만 생산 여건이 개선되면서 동남아시아와 중동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어센드 910C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수출규제를 위반할 수 있다고 전 세계에 경고했다.

말레이시아가 화웨이 칩을 최종 채택하면 외국 정부가 중국산 AI 가속기를 미국산 대신 공식 선택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투자를 계속 유치하면서도 워싱턴의 AI 진영에 완전히 편입되기를 원하지 않는 국가들을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다룰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미국은 특히 화웨이 장비가 말레이시아 정부의 군사·정보 자료를 비롯해 다른 나라가 제공한 민감한 정보를 처리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말레이시아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 말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가 소버린 AI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국가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자국이 해외에서 개발된 기술을 단순히 소비하는 국가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미국 법원이 미국 기술기업에 해외에 저장된 전자정보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클라우드법'(Cloud Act)이 데이터 주권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는 국영 연계 통신업체 텔레콤 말레이시아를 소버린 AI 사업의 핵심 운영업체로 선정했다. 텔레콤 말레이시아는 화웨이와 기존 협력 관계를 맺고 클라우드 인프라에 화웨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현재 AI 컴퓨팅 서비스에는 엔비디아 칩을 사용한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엔비디아 등 미국 업체들이 소버린 AI 사업을 놓고 직접 경쟁할 수 있도록 추가 입찰을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도 말레이시아 차관이 화웨이 어센드 AI칩 3000개를 이용한 국가 AI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가 곧바로 관련 발언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국의 수출통제법을 준수하겠다면서도 "국익에 따라 정책을 수립할 주권적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