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채 투매 심화…日 10년물 30년 만에 3%·美 4.8% 육박

인플레·재정적자·중동발 유가 상승 겹쳐…獨 15년·英 18년래 최고
AI 투자용 빅테크 회사채 발행도 부담…“글로벌 채권시장 체제 전환”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전 세계 국채시장에서 매도세가 다시 거세지며 주요국 정부의 차입 비용이 급등했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책당국의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8bp(1bp=0.01%포인트) 오른 4.796%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4.798%까지 올라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30년물 금리도 5.27%까지 상승해 지난달 미국 재무부의 시장 개입 직전 수준과 불과 6bp 차이로 좁혀졌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3%를 돌파해 1996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금리는 3.35%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았고 영국 10년물도 5.25%까지 올라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美 40조달러 부채에 중동발 유가 상승까지

이번 글로벌 채권 매도세의 배경에는 주요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수년간 적자 재정을 통해 부채를 크게 늘렸고 연방정부 부채는 40조달러에 달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부채 증가가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으며 해결을 위해서는 상당한 정책적 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드 크라카우어 머서어드바이저스 포트폴리오 관리 담당 부사장은 로이터에 "주로 미국 고유의 문제지만 글로벌 흐름이 이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핵심 요인은 재정적자 지출과 증가하는 부채의 이자 비용, 미 국채 입찰 수급 구조의 변화"라고 말했다.

과거 중앙은행과 같은 가격 비민감형 투자자들이 담당했던 미 국채 수요의 일부를 헤지펀드 등 가격에 민감한 민간 투자자들이 대체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까지 뛰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직접 공격을 주고받은 여파로 유가는 5% 급등했다.

타이 후이 JP모건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수석 시장전략가는 미국과 일본 국채금리 상승에 대해 "중동의 교착 상태가 에너지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며 "동시에 양국 모두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는 거의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차입 비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채시장에 개입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부터 기업대출까지 민간 부문의 차입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AI 회사채 쏟아지고 워시 소통 축소…"JGB, 더는 글로벌 금리 닻 아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도 채권시장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전체 채권 공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시장과의 소통을 제한하기로 한 것도 장기 금리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투자자들은 평가했다.

크라카우어 부사장은 "목적지가 불분명할 때 포지션을 재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며 "최근 장기 금리 움직임의 일부는 시장이 하나의 연준 정책 경로가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결과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금리 상승 원인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프랜시스 청 OCBC 외환·금리 전략 책임자는 "유럽과 영국에서는 높아진 인플레이션 기대가 더 큰 원인인 반면 미국 장기물 금리 상승은 여전히 실질금리 상승에 의해 더 많이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의 8월 물가상승률이 3%를 웃돌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강화됐다.

미힐 터커 ING 선임 금리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우 경제성장과 재정적자 확대, 국채 발행 증가가 실질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쉽게 반전될 만한 요인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누가 이 거래의 반대편, 즉 금리 하락에 베팅할 것인지 묻는다면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국채시장의 변화가 글로벌 채권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 대신 자국 채권으로 자금을 돌릴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주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일본 투자자들의 호주 채권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끼쳤다.

프라샨트 뉴나하 TD증권 선임 금리 전략가는 일본 금리가 추가 상승하면 일본 자산으로 점진적인 자금 재배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진정한 체제 전환(regime change)"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국채(JGB)는 오랫동안 글로벌 채권시장의 닻이었다"며 "이제 상황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