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려라' 트럼프 vs '물가 먼저' 워시…중간선거 앞두고 충돌 예고

9월 금리인상 가능성 부상…10월 FOMC는 중간선거 불과 6일 전
트럼프 "금리 터무니없어" 압박에도 워시 "금융여건 긴축적이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취임식에서 워시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6.05.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것과 달리 워시 의장은 물가 안정이 당장 연준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워시 의장이 전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내놓은 매파적 메시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과 연준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시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를 우려스럽다고 평가하며 현재 연준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문제는 물가라고 밝혔다.

특히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를 향해 충분히 빠르고 뚜렷하게 내려가지 않는다면 연준이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취지로 말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FT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설 이후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절반 이상으로 높여 반영했다.

연준의 다음 FOMC는 9월 15~16일 열린다. 이어 10월 27~28일에도 FOMC가 예정돼 있다.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 실시돼 10월 회의는 선거를 불과 6일 앞두고 열리는 셈이다.

따라서 연준이 9월이나 10월 금리를 인상할 경우 중간선거를 앞두고 차입비용 인하를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한층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과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제롬 파월 의장 재임 당시부터 연준에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올해 워시 의장을 임명한 뒤에도 낮은 금리를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현재 3.50~3.75%인 미국 기준금리를 두고 "터무니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워시 의장은 잭슨홀에서 현재 금융환경을 전반적으로 긴축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 역시 약화하기보다 오히려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워시는 특히 최근 6개월 동안의 물가 상승세를 거론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강해진 점을 경계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물가가 뛰었고, 현재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안정돼 있지만 연준이 물가 압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상황이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FT에 워시가 자신의 정책 목표와 의도를 분명하게 제시했다면서, 경제지표나 그에 따른 결과와 관계없이 금리 인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충돌할 수 있는 입장을 취했다고 평가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특히 워시가 연준의 물가 안정 책무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고 분석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이미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FOMC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 가운데 3명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당시 워시는 금리 동결을 지지했다.

로버트 소킨 PGIM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이번 잭슨홀 연설이 워시를 확실하게 매파 진영에 자리매김하게 했다며, 워시가 FOMC에서 가장 매파적인 위원이거나 최소한 가장 매파적인 위원 중 한 명이라는 기존 판단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달래기보다 시장 신뢰 택한 워시

워시는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이 5년 넘게 연준의 2% 목표를 웃도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억제할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시장과 연준 안팎에서 받아왔다.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워시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부응할지, 아니면 물가 안정 의지를 분명하게 밝혀 금융시장과 연준 내부의 신뢰를 얻을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놓였다고 FT는 평가했다.

워시는 후자를 택했다.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이코노미스트는 FT에 투자자들이 워시에게 중앙은행의 기본적인 원칙을 충실하게 보여줄 것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며 이번 연설에서 워시가 이에 부응했다고 평가했다.

워시는 연준 내부와의 관계 개선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11년 연준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연준 정책을 빈번하게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는 금융시장이 연준의 물가 안정 능력을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연준이라는 기관과 전통의 성과로 평가했다.

10월 FOMC 엿새 뒤 중간선거…실제 인상 땐 정면충돌

문제는 실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다.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 치러진다.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약 3분의 1을 새로 뽑는 선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전반부에 대한 사실상의 평가전 성격을 띤다.

특히 선거 직전인 10월 27~28일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경우 정치적 파장이 클 수 있다. 회의가 끝난 뒤 중간선거까지 남는 기간은 불과 6일이다.

트럼프는 첫 임기에도 자신이 임명한 파월 당시 연준 의장이 금리를 올리자 강하게 비판하며 갈등을 빚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후에도 악화했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법무부가 연준 본부 개보수 문제와 관련해 파월을 수사하기도 했다. 해당 수사는 이후 종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주택담보대출 관련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도 추진하고 있다. 쿡 이사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워시가 실제로 9월 금리 인상을 이끌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워시는 이번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향후 발표될 경제지표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여지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빌 잉글리시 예일대 교수는 FT에 워시가 정책 결정에 상당한 여지를 남겨뒀으며 앞으로 확인할 경제지표가 더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워시에게 어느 정도 정치적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이를 자신이 임명한 워시 개인의 결정이라기보다 정치적인 FOMC의 결정으로 돌릴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FT에 트럼프 행정부가 워시 의장과 적대적일 수 있는 FOMC라는 구도를 만들어 놓았다며 이런 프레임이 워시에게 어느 정도 운신의 폭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웨셀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FT에 워시가 매파적 신호를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트럼프로부터 독립성을 선언하는 것은 강경한 발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금리 인상을 통해 확인될 것이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