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엔화 급변하면 美 금리까지 오른다"…'26년 만의 개입' 이유
"강제 포지션 청산→글로벌 시장 불안→美 차입비용 상승"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26년 만에 시장에 개입한 것은 엔화의 무질서한 움직임이 결국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보낸 지난 27일자 서한에서 "일본은 미국 국채의 주요 보유국"이라며 "무질서한 엔화 시장은 포지션의 강제 청산을 촉발할 수 있고, 이는 글로벌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미국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해당 서한을 28일 엑스(X)에 공개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워런 의원이 지난달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재무부 외환안정기금(ESF)을 사용한 근거와 관련 분석을 요구한 데 따른 답변이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31일 엔화와 일본 국채의 급격한 매도세를 막기 위해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했다. 미국이 엔화 매수에 직접 개입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가 ESF가 보유하고 있던 외화자산을 엔화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에는 재무부가 엔화 매입을 위해 유로화를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이 이번 개입에 투입한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재무성은 28일 지난 한 달 동안 엔화 방어를 위해 사상 최대인 964억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가장 잘 관리된 위기는 결코 발생하지 않은 위기"라며 선제적인 시장 안정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아르헨티나 페소화 시장 안정에도 ESF를 사용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당시 미국 재무부는 아르헨티나의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ESF를 활용하고 2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제공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일본 개입 역시 같은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런 의원이 ESF를 이용해 일본에 사실상 신용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에 어떠한 신용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일본은 재무부에 아무것도 빚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존재하지 않는 부채를 일본이 갚지 못할 위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승인을 받아 질서 있는 외환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외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ESF 관련 법률에 따라 이번 개입을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베선트 장관의 이례적인 엔화 매입을 일본의 대규모 미 국채 보유와 연결해 주목해왔다. 일본은 세계 최대 미국 국채 해외 보유국으로, 엔화와 일본 국채 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일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매도로 이어질 경우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개입 효과는 상당 부분 되돌려졌다. 엔화는 지난달 31일 달러당 164엔에 육박하는 40년 만의 최저 수준에서 개입 직후 155.20엔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달러당 160엔을 넘겨 엔저가 이어지고 있다. 엔화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공동 개입 이후 처음이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미국 금리 상승 기대가 다시 강해진 영향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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