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 중국인 매달리고 미국인은 의심한다…"극과극 기억 탓"

블룸버그 "AI 기대 中 84% vs 美 38%"…中 '삶 개선'·美 '빅테크 불신'
中, 일자리 불안 커지지만 "뒤처지는 게 더 두렵다"…AI 교육·도입 가속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대회(WAIC)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7.1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을 바라보는 중국과 미국의 온도 차가 극과 극이다. 중국에서는 10명 중 8명 이상이 AI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반면 미국에서 AI 기대감은 10명 중 4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격차의 배경에 지난 20년 동안 기술 발전이 양국 사회에 남긴 서로 다른 '기억'이 있다고 분석했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조사에서 AI 제품과 서비스에 기대감을 나타낸 중국인은 84%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국은 38%에 그쳤다. 별도 조사에서도 AI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중국이 72%, 미국은 32%로 두 배 넘게 차이가 났다.

중국인들이 AI의 위험을 모르거나 미국인들이 AI를 덜 사용하기 때문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사기와 딥페이크, 자녀들의 일자리 등을 걱정한다. 차이는 AI가 가져올 혜택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믿느냐, 그리고 기술기업의 힘을 누군가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中, 기술은 '삶을 바꾼 것'…美, 기술은 '편리함'을 더한 것

가장 큰 차이는 지난 20년간 기술을 경험한 방식이다.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와 전자상거래, 저렴한 택배, 숏폼 동영상, 음식 배달, 플랫폼 노동 등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상품과 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넓혔다. 특히 농촌에서 효과가 컸다. 현재 스마트폰은 중국 인구 약 80%에 보급돼 있다.

이 시기 중국의 가계소득도 크게 늘었다. 기술 발전이 소득 증가를 직접 이끌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두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중국인들에게는 '신기술로 삶이 나아진다'는 경험이 축적됐다는 설명이다.

출발점이 낮을수록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는 더 크게 느껴진다. 기술 발전과 함께 생활수준이 급격히 높아진 중국에서는 기술이 삶을 개선한다는 경험이 강하게 축적된 것이다.

미국의 경험은 달랐다. 인터넷 혁명 이전부터 대형 유통점과 신용카드, 안정적인 우편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던 미국에서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서비스는 부족했던 것을 새롭게 제공했다기보다 이미 풍요로운 생활에 편리함을 더하는 정도였다.

오히려 최근 10여년 미국에서 기술을 둘러싼 논쟁은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과 개인정보 침해, 거대 기술기업의 권력 집중 등 부정적인 문제에 집중됐다. 삶을 이롭게 하는 존재보다 새로운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기술기업을 바라봤다.

이런 차이는 AI 전망에도 반영된다. 미국에서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결국 일자리까지 대체할 것이라는 담론이 강하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앨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언젠가는 "일자리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AI를 생산성을 높이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며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업무를 덜어주는 실용적 도구로 보는 시각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카일 찬은 이를 중국이 "AI에는 빠졌지만(AI-pilled), AGI에는 빠지지 않았다(not AGI-pilled)"고 표현했다. 인간을 넘어서는 범용인공지능(AGI)의 파괴력보다 AI가 당장 경제와 생활에 가져올 효용에 더 관심이 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25.12.11. ⓒ 뉴스1 ⓒ 로이터=뉴스1
中도 일자리 걱정…"AI보다 뒤처지는 게 더 무섭다"

물론 중국에서도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은 커지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중국 AI 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공식 조사에서 '일자리'는 AI 관련 우려 사항 가운데 2024년 초 6위에서 2026년 초 2위로 올라섰다. 우한에서는 로보택시가 택시기사들의 밥그릇을 뺏는다는 반발도 나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산업구조의 차이도 있다. 미국에서는 노동자의 약 80%가 서비스업에 종사하지만 중국은 약 46%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노동자의 5분의 1이 농업에 종사해 현 단계에서 AI의 직접적인 충격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비중 자체가 미국보다 작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AI를 거부하기보다 더욱 빨리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블룸버그는 이를 중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을 뜻하는 '네이쥐안(内卷·involution)'과 연결했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변화에 올라타지 못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이징과 항저우 등에서는 학교 AI 교육이 의무화됐고 딥시크 등장 이후에는 AI에 명령하는 '프롬프트' 작성법을 가르치는 저가 강좌가 온라인 플랫폼에 쏟아졌다. 딥시크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자동차, 병원 등으로도 빠르게 확산했다. 이러한 AI 열풍은 자신감뿐 아니라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도 비롯됐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정부와 기술기업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미중의 차이를 키운다. 미국에서는 정치권과 실리콘밸리의 회전문 인사와 로비, 거액의 정치자금 등으로 정부가 거대 기술기업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느냐는 불신이 존재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정부가 필요할 경우 거대 기술기업과 창업자까지 제어할 수 있다는 경험이 축적돼 있다.

블룸버그는 결국 미중의 AI 인식 격차는 단순히 중국인이 낙관적이고 미국인이 비관적이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과거의 기술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정부가 강력한 기술기업을 통제할 것이라고 믿는지, 그리고 AI가 앞으로 자신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지가 두 나라의 엇갈린 태도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와 앤트로픽의 로고. (자료사진) 2026.6.12 ⓒ 로이터=뉴스1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