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까지 나선 엔화 방어 벌써 약발 끝물…"결국 BOJ 금리 올려야"
달러당 164엔→155엔 급락했다 다시 159엔대…개입 효과 절반 반납
ECB 빠진 공조도 한계…"9월 금리인상" 기대↑·씨티 "내년 말 2%"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일본이 28년 만에 공동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엔화가 당시 상승폭의 절반가량을 반납했다. 시장에서는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엔화 약세를 되돌리기 어렵고 결국 일본은행(BOJ)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엔화는 지난달 말 달러당 164엔 안팎까지 떨어져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일본과 미국의 잇따른 외환시장 개입으로 한때 155엔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11일 오전 달러·엔 환율은 159엔대로 올라왔다. 미·일 개입으로 얻었던 엔화 상승폭의 절반 정도를 반납한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최신 자료에서도 선물·옵션 투자자들은 여전히 엔화 하락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개입 이후 엔화 약세 베팅 규모는 줄였다.
반 루 러셀인베스트먼츠 글로벌 솔루션전략 책임자는 FT에 "개입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며 엔화가 지속적인 상승세로 돌아서려면 "더 많은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BOJ의 금리인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엔화를 지속적으로 떠받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 이외 주요국 중앙은행이 개입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도 효과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FT에 따르면 미국은 엔화를 지원하기 위해 유로화를 매도하기 전 유럽중앙은행(ECB)과 사전 협의하지 않았으며 유로화를 팔아 엔화를 매수한 뒤에야 프랑크푸르트의 ECB 관계자들에게 이를 통보했다.
가이 밀러 취리히보험 수석시장전략가는 "ECB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중앙은행 간 공조는 시장에 "통일된 목소리가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번 개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주요 7개국(G7)이 엔화 약세를 위해 공동 개입했던 것과도 대조된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4~5월 실시했던 외환시장 개입 역시 엔화 약세를 막는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BOJ가 엔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금리인상을 앞당길지로 옮겨가고 있다. BOJ가 10일 공개한 7월 30~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의견요약에서는 물가의 상방 위험을 경계하며 시장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인됐다.
한 정책위원은 "기조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접근하고 있고 이전보다 물가의 상방 위험을 더 고려해야 한다"며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의견요약을 두고 조기 금리인상 쪽으로 "위험의 균형이 명확하게 기울어졌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도 9월 BOJ가 현재 1%인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가능성을 약 50%로 반영하고 있다.
씨티는 BOJ 통화정책에서 "체제 전환(regime shift)"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9월을 시작으로 보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이어져 정책금리가 내년 말에는 2%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달러·엔 환율이 다시 160엔을 넘어설 경우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엔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통해 일본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일본이 대규모 환율 방어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일부를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미 국채 매도가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키울 가능성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엔화 매수 개입에 직접 나서고 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 확대를 주장한 것도 일본이 미 국채를 매각하지 않고 달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움직임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시장 상황이 엔화 급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2024년 8월과 비슷하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엔화는 낮은 금리를 이용해 돈을 빌려 해외 주식과 채권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주요 조달 통화다. 엔화가 갑자기 강세로 돌아서면 투자자들이 엔화 차입금을 갚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루 책임자는 현재 투자자들의 엔화 포지션이 상당한 매도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2024년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제지표나 중앙은행 정책 변화로 미국 연준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변하는 동시에 BOJ가 더 매파적으로 돌아설 경우 엔화 약세 베팅이 빠르게 청산되면서 2024년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급격한 엔캐리 청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후지타 아야코 JP모간 일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 금리차가 어느 정도 좁혀지더라도 당분간은 충분히 큰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장기금리가 다른 국가의 금리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엔캐리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좀 더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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