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엔화 방어 '숨은 비용'…WSJ "연준 긴축에 역행할 수도"

FIMA로 달러 빌려 엔화 매입…"사실상 유동성 공급" 지적

3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6.8.3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일본의 공동 엔화 방어가 달러 유동성을 확대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미·일 공동 외환시장 개입 자체보다 이를 조달하는 방식이 전례가 없다"며 "미국이 사실상 달러를 찍어 엔화를 사주는 구조가 됐다"고 평가했다.

칼럼은 이번 개입이 일본의 미국 국채 매각 대신 연준의 외국 중앙은행 대상 달러 대출창구인 FIMA(외국·국제통화당국 레포기구)를 활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FIMA는 해외 중앙은행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맡긴 미국 국채를 담보로 최대 7일간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제도다. WSJ는 이 방식이 일본의 미 국채 매도를 막아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확대해 결과적으로 미국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는 양적완화(QE)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연준이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통화여건을 오히려 완화시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대차대조표 축소와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상황과도 배치된다고 평가했다.

"美 국채시장 방어가 숨은 목적"

WSJ는 미국이 FIMA 방식을 택한 배경으로 미국 국채시장을 보호하려는 의도를 꼽았다.

일본은 전통적인 외환시장 개입 방식대로 엔화를 사들이려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매각해야 한다. 일본은 5월 말 기준 1조14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해외 보유국이다.

네이선 시츠 씨티그룹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베선트 장관은 일본이 미 국채를 대거 매도할 경우 미국 국채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 재무부는 국채시장의 잠재적 위험을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는 비정상이지만 장기 해법은 BOJ"

다만 칼럼은 엔화 약세 자체는 개입이 필요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6월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투기적 엔화 매도 포지션도 2010년 이후 최대 규모까지 확대됐다.

WSJ는 이 같은 상황이 2024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당시처럼 글로벌 금융시장 급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개입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개입보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번 개입이 의미를 가지려면 시장이 다시 미·일 금리 차에 맞춰 엔화 가치를 평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가장 확실한 방법은 BOJ가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일 공동개입에 엔캐리 청산 위험…AI주 변동성 우려

미국 정부까지 엔화 방어에 나서면서 헤지펀드의 엔화 약세(엔 숏) 포지션 청산은 오히려 빨라질 수 있어 AI 관련 위험자산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TS롬바르드는 "일본과 미국의 공동개입 가능성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 포지션은 이전보다 훨씬 위험해졌다"고 평가했다.

메르크인베스트먼트의 악셀 메르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이번 공동개입은 시장에 '더 이상 엔화를 과도하게 공매도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톤엑스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미국 기술주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당국의 추가 공동개입 가능성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등 근본적인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