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이렇게 무섭다"…마진콜 몰린 美 AI스타펀드 23조 통매각

'AI 노스트라다무스' 불리던 헤지펀드…시타델, AI 핵심주 통째 인수
AI 강제매물 대량 출회 우려 사라져…나스닥100 지수 3% 반등

시타델을 창립한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켄 그리핀이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던 전 오픈AI 연구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도 AI 주식 폭락은 피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43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AI 투자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지만, 최근 급락장에서 대규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몰려 AI 핵심 종목을 대거 처분했다.

그 빈자리는 억만장자 켄 그리핀이 이끄는 헤지펀드 시타델이 약 160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할인된 가격에 통째로 사들이며 채웠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경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시타델은 아셴브레너가 설립한 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의 대부분의 상장주 포트폴리오를 인수했다.

브로드컴과 인텔, 코어위브 등 AI 대표 종목이 거래 대상에 포함됐으며, 월가에서는 이번 거래를 최근 AI 주가 급락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AI 열풍 속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유명했다. 은행들로부터 자기자본의 수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AI 종목 비중을 크게 늘렸고, 올해 상반기 439%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AI 주식이 급락하자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프라임브로커들이 잇달아 추가 담보를 요구했고, 펀드는 결국 투자자 증자 대신 상장주 대부분을 매각하는 선택을 했다. 프라임브로커는 헤지펀드에 거래와 자금 대출을 제공하는 주거래 투자은행으로, 주가가 급락하면 추가 담보(마진콜)를 요구할 수 있다.

FT에 따르면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처음에는 여러 투자자에게 자산을 나눠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시간이 지체될수록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 전략을 바꿨다.

이후 시타델과 밤샘 협상을 벌인 끝에 뉴욕 증시 개장 직전 거래를 마무리했다. 당시 밀레니엄 매니지먼트 등 다른 대형 헤지펀드들도 인수를 검토했지만 결국 시타델이 대규모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타델이 거래 소식을 접한 직후 아셴브레너에게 먼저 연락했고, 켄 그리핀이 직접 통화에 나선 뒤 밤샘 협상을 거쳐 시장 개장 직전 거래를 성사시켰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등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은 이번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타델은 프라임브로커들이 자금을 댄 레버리지 포지션까지 함께 넘겨받으며 이번 AI 조정장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번 거래는 AI주 투매를 진정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타델이 포트폴리오를 일괄 인수하면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시장에 추가 강제매물을 쏟아낼 필요가 없어졌다고 FT는 전했다.

이번 사태는 AI 산업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평가받던 투자자조차 시장 급락과 레버리지의 충격은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셴브레너는 2024년 AI가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를 예견한 에세이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로 'AI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후 같은 이름의 헤지펀드를 세워 AI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하지만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에게 추가 자금 납입을 권유했던 그는 며칠 만에 핵심 자산을 대거 처분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AI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피하지 못한 조정'이라는 점에서 AI 버블과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라클럼 캐피털의 부크 부코비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AI주 급락에 대해 "펀더멘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며 "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FT도 시타델의 자산 인수로 추가 강제매도 우려가 완화되면서 나스닥100지수의 3%대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AI 산업에 대한 장기 전망과 별개로, 높은 차입을 활용한 집중 투자는 급격한 시장 변동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