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금융가 "AI 랠리 되감기 시작…韓 레버리지 청산 아직 안 끝나"
홍콩·싱가포르·도쿄·시드니 애널리스트 발언 로이터 종합
"실적보다 포지션 조정…신용거래 정리 전까지 변동성 지속"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코스피가 이틀 연속 급락한 가운데 홍콩과 싱가포르, 도쿄, 시드니 등 아시아 주요 금융허브의 글로벌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이번 폭락의 원인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레버리지 투자와 차익실현을 공통적으로 지목했다.
SK하이닉스(000660)의 호실적에도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과열됐던 AI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아시아 주요 금융권 애널리스트 발언을 종합하면 이번 급락은 기업 실적 부진이나 경기 둔화보다 AI 반도체주에 과도하게 집중됐던 포지션이 한꺼번에 조정되는 과정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상품의 청산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단기간 높은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싱가포르의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에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게리 탄은 29일 로이터통신에 "SK하이닉스는 강한 실적을 냈지만 지금의 AI 시장에서는 강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장기 공급계약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 등 추가 상승 동력을 기대했다며 "이런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서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고 시장이 기대치를 재조정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프랭크 벤짐라 소시에테제네랄(SG) 아시아 주식전략 책임자도 "지금은 너무 많은 투자자가 몰렸던 거래(crowded trade)가 되감기는 과정"이라며 "5~6월 급증했던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디레버리징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매도세가 언제 끝날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들어가고 싶은 거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홍콩의 위쿤 총 BNY 아시아태평양 거시전략가는 "한국 증시에는 여전히 높은 레버리지가 남아 있어 추가 청산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공황이라기보다 정보기술(IT) 업종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홍콩 자산운용사 이스트이글의 피에르 회브레히츠 부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이미 6월 경고를 보냈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막대한 자금이 몰린 데다 국내 신용거래와 해외 2배 레버리지 ETF까지 더해져 결국 '예고된 사고'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당수 신용거래 계좌가 정리돼야 이번 매도세도 진정될 것"이라며 "그 시점은 그리 멀지 않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의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주식전략가는 "시장 심리를 새롭게 악화시킨 사건이 있다기보다 최근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일본 증시는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코스피는 추가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의 IG마켓츠 파비엔 입 시장분석가는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이 이어진 데다 최근에는 거래 참여자 자체가 줄면서 거래량 감소가 오히려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몇 주 동안 기술주를 중심으로 단기 매매가 활발했고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작은 매매에도 가격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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