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 돌연 사임…루피아 약세에 시장 '긴장'
프라보워 대통령 사임 수용…루피아 약세 속 후임 인선에 촉각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의 페리 와르지요 총재가 돌연 사임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라세티요 하디 국무장관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프라보워 대통령이 와르지요 총재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와르지요 총재는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사의를 표명했으며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하디 국무장관이 대신 진행했으며, 와르지요 총재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데스트리 다마얀티 BI 선임 부총재는 "개인적인 사유"라고만 설명했다. 데스트리 부총재는 후임 총재가 임명될 때까지 총재 권한대행을 맡는다.
와르지요 총재는 2018년 취임해 2023년 두 번째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긴축 국면을 거치며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의 안정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싱가포르 알레테이아캐피털의 앵거스 매킨토시 아세안 전문가는 로이터에 "와르지요 총재는 안정적인 정책 운영과 좋은 실적을 보여준 인물이어서 사임은 시장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관심은 누가 후임이 되느냐에 쏠릴 것"이라며 "만약 프라보워 대통령의 조카이자 현재 BI 부총재인 토마스 지완도노가 총재에 오를 경우 시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임 발표 이후 역외시장에서 루피아는 달러 대비 낙폭을 확대했다.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후 BI는 연 8% 경제성장 목표를 뒷받침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인도네시아 의회는 지난달 중앙은행의 역할을 물가 안정뿐 아니라 성장 지원으로 확대하고, 의회가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에 구속력 있는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돼 왔다. 최근 루피아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재정건전성 우려 속에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BI는 지난 5월 이후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100bp) 인상했지만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새로운 외환시장 지원책을 내놨다.
데스트리 권한대행은 "BI는 앞으로도 루피아와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은 보고서에서 "후임 총재 인선과 이에 따른 통화정책, 중앙은행의 신뢰도, 정책 방향이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앞서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전 재무장관에 이어 와르지요 총재까지 물러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하던 인도네시아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잇따라 퇴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