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63엔 돌파, 엔화 39년래 최약세…중동긴장에 달러 강세
유가 급등에 일본 무역적자 우려…'골태방침' 수정도 엔저 못 막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달러당 엔화 환율이 163엔을 돌파하며 엔화 가치가 약 39년 7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왔다.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린 데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일본의 무역수지 악화 우려까지 겹치며 엔화 약세가 가속됐다.
2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63엔대를 넘겨 1986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의 엔화 약세를 기록 중이다. 22일 오전 8시 43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0.37% 올라 여전히 163.20엔대로 움직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2주 동안 162엔 안팎의 박스권에서 움직였지만 이날 162.84엔의 직전 고점을 돌파한 뒤 손절매 주문까지 쏟아지며 163엔대로 빠르게 상승했다.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달러 매수, 엔화 매도가 강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이란 핵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픽액스 마운틴'(곡괭이 산)을 "곧 매우 강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홍해 해상봉쇄를 선언하면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도 커졌다.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85달러를 웃돌며 6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무역적자를 확대해 중장기적으로 엔화 약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엔화를 끌어 내렸다. 유가 상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6%대로 올라섰다. 이에 미일 금리차 확대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 매수세가 이어졌다.
일본 정부가 이날 확정한 경제·재정 운영지침인 '호네부토(骨太·골태) 방침'도 엔화를 떠받치지는 못했다. 호네부토는 뼈가 굵은 모양을 뜻하는데, 매년 6월 발표되는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을 말한다.
초안에서 논란이 됐던 일본은행 통화정책 관련 표현을 수정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내용을 추가했지만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정 확대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엔화를 적극적으로 매수할 새로운 재료를 제공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달러당 163엔을 돌파하면서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최근 일본 재무성과 재무관 등이 엔저를 직접 견제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만큼 실제 개입 시점을 두고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의 한 일본계 은행 관계자는 닛케이에 "일본 정부 당국자의 발언 수위가 시장의 다음 변수"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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