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워시의 실시간 데이터론, 단순화 위험"…AI 통화정책도 '글쎄'
"연준도 이미 고빈도 데이터 활용…오히려 잡음 위험도"
"AI는 보조수단일 뿐 정책판단 대체 불가"…"AI가 의장을" 비꼬기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민간 기업은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반면 연준은 뒤늦은 통계에 의존하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는 거시경제 데이터의 특성과 통화정책의 복잡성을 외면한 단순한 인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비판했다.
FT는 23일(현지시간) 시장 분석 칼럼 '언헤지드(Unhedged)'를 통해 워시 의장이 첫 기자회견에서 "연준도 민간 기업처럼 실시간(real-time) 데이터를 더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 "위험회피 포지션 없이 방향성 베팅을 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용어인 언헤지드는 시장의 통념을 정면으로 다루는 FT칼럼 브랜드다.
언헤지드 칼럼은 워시 의장이 첫 기자회견에서 실시간 데이터 활용 확대를 주장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지금 이 순간 경제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과거의 메아리가 아니다"라고 말한 점을 소개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수정 가능성이 낮은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반면 연준은 과거 통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워시의 발언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FT 언헤지드 칼럼은 지적했다.
고용, 소비, 물가와 같은 거시경제 지표는 수억명의 경제활동과 수백만개의 가격 정보를 집계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월마트의 재고관리나 UPS의 물류망보다 훨씬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칼럼은 설명했다.
게다가 실제 연준도 이미 신용카드 소비, 구인공고, 대출 여건, 기업 심리 등 다양한 고빈도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는 공식 통계 발표 전에 경제 상황을 추정하는 '나우캐스팅(nowcasting)' 산업까지 형성됐다.
문제는 통화정책이 본질적으로 미래를 겨냥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FT 칼럼은 강조했다.
실시간 데이터는 현재 상황을 보여줄 수 있지만 6개월 뒤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움직일지 직접 알려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고빈도 데이터가 정책 판단에 필요한 신호(signal)보다 잡음(noise)을 늘릴 위험도 있다고 칼럼은 경고했다.
워시 의장이 강조하는 또 다른 주제인 인공지능(AI)이 통화정책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FT 칼럼은 다소 회의론적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최근 공개된 영란은행(BOE) 연구에 따르면 대규모언어모델(LLM)은 가계의 평균적인 인플레이션 기대를 비교적 잘 모방했지만 연령·소득계층별 기대 인플레이션 차이까지 재현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또 지난해 조지워싱턴대 연구진은 AI 에이전트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투표 성향을 어느 정도 모의 실험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지만 정책 판단 자체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FT 칼럼은 "실시간 데이터와 AI의 결합을 워시가 진정으로 신뢰한다면 중국 게임업체 넷드래곤(NetDragon)이 AI 최고경영자를 임명했던 것처럼 연준도 AI 의장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AI 의장이 연준 운영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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