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급락, 뉴욕증시 흔들어"…레버리지 ETF 위험 재조명

블룸버그 "코스피 10% 급락 후 글로벌 기술주 동반 약세"
"레버리지 ETF, 변동성 증폭 장치…나비효과가 허리케인으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시황이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9.99%) 내린 8203.84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도 76.88포인트(7.94%) 내린 891.52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반도체 쏠림 현상에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도세가 더해지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매매중단조치)가 발동됐다. 2026.6.23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급등했던 한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유럽과 미국 증시의 반도체주 매도세로 번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큰 폭으로 끌어 내렸다고 블룸버그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 버블이 흔든 한국발 급락장은 전세계 금융시장에 퍼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구조적 위험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한국 증시를 이끄는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의 급락은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킨 배후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가 전문가들은 블룸버그에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곳 크로스에셋 전략 총괄은 "한국은 AI 병목현상(AI bottleneck) 투자 테마의 진원지"라며 "여기에 레버리지 ETF라는 시장 구조가 결합되면서 작은 충격이 글로벌 폭풍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허리케인이 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올해 들어 네 번째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지난해에는 한 차례, 2025년에는 한 번도 없었던 조치다. 한국 금융당국도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한국 시장에 상장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규모는 5월 출시 당시 3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90억달러 이상으로 세 배 넘게 불어났다.

레버리지 ETF 시장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은 290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시장이 2200억달러 이상으로 가장 크고 아시아 시장도 450억달러 규모까지 확대됐다.

바클레이즈의 알렉산더 알트만은 미국 레버리지 ETF의 최근 10거래일 평균 리밸런싱 규모가 하루 200억달러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1년 평균의 약 4배 수준이다. 노무라는 레버리지 ETF가 시장이 1% 움직일 때마다 약 90억달러 규모의 추가 매매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레버리지 ETF가 하락을 촉발한 것은 아니지만 상승 추세가 꺾일 경우 낙폭을 확대하는 증폭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월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레버리지 ETF가 상승장에서는 자금을 더 끌어들이고 하락장에서는 매도를 증폭시키는 만큼 향후 기술주 변동성이 커질 경우 시장 충격도 이전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레버리지 ETF 거래는 대부분 기계적으로 이뤄지는데 약속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가가 오르면 더 사야 하고 주가가 내리면 더 팔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상승장에서는 상승세를 강화하고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키우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알트만은 "주식시장 내부의 레버리지가 시장을 지나치게 기술적(technical)으로 만들고 있다"며 "레버리지 ETF는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현재 시장의 가장 큰 기술적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조정을 모두 레버리지 ETF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애심리서치(Asym Research)의 로키 피시먼은 "SK하이닉스 같은 변동성이 큰 종목은 레버리지 ETF 때문에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서도 "결국 근본 원인은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한 AI 업종에 참여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투자 열기"라고 설명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