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CEO "칩 부족에 제품값 인상 불가피…100년만의 홍수급"
AI 빅테크 반도체 싹쓸이…아이폰 프로 270달러 더 비싸질 수도
팀 쿡, 메모리 직접 생산은 선그어…中반도체 도입 가능성도 시사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애플이 메모리·저장장치(낸드)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 폭발이 소비자용 전자기기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는 "100년 만의 홍수"라고 표현했다.
쿡 CEO는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공급업체들이 넘기는 막대한 인상분을 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소비자를 보호하려 했지만 상황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쿡 CEO는 인상 시기나 규모, 대상 제품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애플의 다음 주요 신제품 출시는 폴더블 아이폰을 포함한 아이폰18 라인업 공개가 예상되는 9월이지만, 맥과 아이패드 가격 인상은 그보다 이를 수 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달 맥 미니의 시작 가격을 신제품 출시 행사 없이 인상한 바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이 지난해부터 AI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D램(DRAM)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1년 만에 각각 4배 이상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다음 아이폰 프로 모델 가격이 약 270달러 오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체들이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우선시하면서 2027년까지 소비자용 D램 웨이퍼 공급이 수요 대비 최대 15%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D램 웨이퍼 생산 능력이 30% 늘더라도 AI 쪽으로 먼저 배분되는 탓이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이 D램 시장을 과점하는 가운데 이들의 주가와 이익은 폭발적으로 뛰었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12개월 새 800% 이상 올랐고, 키옥시아와 샌디스크는 4600%나 급등했다.
쿡 CEO는 "소비자들이 기기를 원하는 시점에 공급은 줄었는데 메모리 업체들은 엄청난 가격 인상을 전가하고 있다"며 "소비자 제품을 위한 메모리 가격과 공급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0년 넘는 공급망 경력을 통틀어 이 같은 가격 급등은 처음이라며 "이건 100년 만의 홍수"라고 말했다.
쿡 CEO는 공급 해법으로 애플의 현금 여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해결책의 일부가 될 용의가 있다"면서도 직접 메모리 공장을 짓는 것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가 잘하는 것이 뭔지 안다"는 말했다.
중국산 반도체 공급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공급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해 국가안보 규제 완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 내 스마트폰·PC 가격이 평균 1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전자기기 비중이 크지 않아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아이폰 가격 인상은 워싱턴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할 전망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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